기아그룹 부도방지협약 적용파장 국내 자금시장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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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아그룹 부도방지협약 적용의 파장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리가 뛰고 주가가 급락했으며, 기아및 거래 금융기관들의 상황을 묻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15일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 적용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금시장이 얼어붙고 실세금리는 일제히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한보.삼미등 대기업 부도 직후의 혼란 상태가 재연되면서 삼성.현대.LG등 3대그룹 발행 회사채를 제외하고는 아예 회사채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하루짜리 콜거래도 사겠다는 주문만 간간이 들어올뿐 팔겠다는 곳이 없어 아예 호가조차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한여름에 갑자기 동면상태에 빠진 모습" 이라고 말했다.

3년만기 회사채의 경우 당일 발행물량이 6백80억원 규모로 비교적 적어 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날 대비 0.08%포인트 상승한 연 11.95%로 뛰어올랐다.

콜금리도 전날보다 0.18%포인트가 올라 연 11.46%에서 마감됐다.

91일 만기인 양도성예금증서 (CD) 수익률도 0.15%포인트 오른 11.90%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아그룹의 부도방지협약 적용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 1조원의 자금을 환매채 (RP) 매입방식으로 시중에 풀었다.

이날 증시에서도 기아그룹 부도방지협약 적용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9.40포인트 떨어진 755.05로 마감됐다.

특히 금융기관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등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던 '코리안 프리미엄' 도 다시 뛰어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방페레그린증권 관계자는 "기아그룹은 해외차입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해외신용도 면에서 미치는 악영향이 삼미나 진로의 경우와 다르다" 며 "현재 동남아 한국물 담당자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자금시장의 혼란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동양종금 남궁훈 (南宮薰) 차장은 "한국은행이 1조원의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 (RP) 매입방식으로 시중에 푸는등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큰 요동은 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동서증권 김지환 (金知煥) 차장도 "K, S사등 그동안 자금악화설을 겪던 기업들의 주가가 이날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며 "부도사태가 더 이상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살아있는 것같다" 고 말했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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