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실제상황 착각 청취자 혼비백산키도 - 화성 관련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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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938년 10월30일 밤,'머큐리 라디오 극장'(Mercury Theater on the Air)을 듣고 있던 미국 청취자들은 난데없이'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습니다!'라고 외치는 아나운서의 다급한 음성에 혼비백산했다.정신없이 짐을 싸는 사람,총을 찾아 들고'우주전쟁'에 나서려는 사람…. 세계 방송사상 가장 유명한 해프닝인 이 사건은 H G 웰스의 소설'우주전쟁'을 각색한 라디오 드라마 방송 때 있어났는데 연출자는 훗날 천재적 영화작가로 부상하게 되는 오슨 웰스였다.나중 조사에 따르면 당시 청취자의 10%에 이르는 약 1백만명이 아나운서의 말을 사실로 믿었다고 한다.

화성과 관련된 해프닝의 역사는 사실 이보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초까지만 해도 서구인들은 화성에'운하'가 있다고 믿었다.저명한 천문학자들이 줄줄이 운하를 육안으로 목격했다고 보고하면서 상세한 스케치를 내놓기도 했다.어떻게 된 것일까. 화성의 운하는 1877년 G V 스키아파렐리에 의해 처음으로 관측.보고됐다.그는 화성표면에 마른 강바닥을 의미하는'canali'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 말이 영어로 옮겨지면서'canals'(운하)로 둔갑한 것이다.선입견을 갖고 관측한 학자들이 지레 헛것을 보았는지도 모르지만 어째서 한동안 전문가들조차 화성 운하의 존재를 믿었는지는 오늘날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물론 화성에 물이 흘렀던 흔적은 있지만 인공적인 운하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가장 최근의 해프닝으로는 작년에 미국에서 발표한'화성 생명체 발견'보고일 것이다.화성에서 온 것으로 추측되는 운석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과학적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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