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후 홍콩 주역 빈과일보사장 지미 라이. '구십년대' 발행인 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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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반환후 홍콩 언론의 운명을 가늠해볼'풍향계적인 언론인'이 두사람 있다.

빈과일보(빈果日報) 사장 지미 라이(黎慶寧.49)와 홍콩 최고의 시사지란 평가를 받는 구십년대의 발행인 리이(李怡.61). 반환후 이들이 처할 운명이 곧 홍콩 언론의 앞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그만큼 이들이 중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예리하고 정확하다는 얘기다.

95년6월 창간된 빈과일보는 홍콩내 현존하는 유일한 반중국 신문.전통의 명보(明報)도 이미 자라목이 된지 오래다.

빈과일보는 지난 5월'장쩌민(江澤民)주석이 국제언론자유의 공적 제2호'라는 외신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려 중국 당국의 혼을 빼놓더니 홍콩 반환 이틀전인 29일자에서도 1면 머리기사로'홍콩 급진단체,해방군 진주 막아설듯'이라는 내용을 실었다.잔치상에 재라도 뿌리겠다는 인상이 짙다.

지미 라이는 지난 90년 창간한 주간지 일주간(壹週刊)을 통해“리펑(李鵬)총리는 중국 5천년 역사상 최대 바보”라고 욕한 전력도 있다.

홍콩의 알아주는 문장가중 한명으로 통하는 구십년대 발행인인 리이는'홍콩 언론자유의 잣대'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유명한 독설가(毒舌家)다.

중국의 반체제인사 웨이징성(魏京生)등 민감한 사안을 거침없이 보도해 중국 당국으로부터“대역무도한 인물”이라는 욕을 먹었다.그는 반환 경축행사에도 냉담하다.진심이 아닌,거짓 축제라는 이유에서다.하지만 최근 들어 두사람도 살 길을 찾기 시작했다.어쨌든 바람이 불면 풀잎은 누워야 하는 것이다.

지미 라이는'은둔'에 들어갔다.'李총리 욕사건'이후 자신이 경영하던 국제적 의류체인점 조르다노의 베이징(北京) 분점이 폐쇄되고 홍콩 본점에 원인미상의 화재가 나는등 엄청난 시련에 부닥치자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한뒤 칩거에 들어간 것.지난해 12월 이후 일체의 인터뷰도 거절하고 있다.

李는'딴 살림'을 차렸다.6년전부터 설치한 대만 지사의 발행량을 늘리는등 점차 홍콩 본점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입에 재갈이 물려질 경우 언제라도 홍콩을 뜨겠다는 각오에서다.

자유를 만끽해온 홍콩인들이 이들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도 이들의 운명을 자신들의 자유와 동일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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