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發協 '상황바뀌어 큰힘' - 새 대표 체제 맞는 주자들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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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에 대표서리 체제가 들어서자 이회창(李會昌)전대표측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당내 최대세력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와 반(反)李 6인주자 진영은 웃음을 머금었다.

李전대표측은 대세론 확산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는 눈치고,반李 진영은“이제부터 흐름이 바뀔 것”이라며 반색하는 모습이다.하지만 반李 주자들에게도 불안한 구석이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다만 “대표서리 체제는 李전대표가 그간 누렸던 프리미엄을 상당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데는 견해를 같이한다.대표서리 체제발표에 가장 사기충천한 쪽은 민주계가 주도하는 정발협이다.

정발협 고문을 역임한 이만섭(李萬燮)당상임고문이 대표서리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정발협의 한 핵심관계자는“李전대표로 인해 불공정한 방향으로 흘렀던 경선구도를 바로잡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李전대표가 주장한 사무총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수용됐다면 대통령이 李전대표 손을 완전히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돼 경선은 李전대표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뻔 했으나 이제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발협의 경선후보 조기결정을 희망하는 이수성(李壽成)고문측도 밝은 표정이다.

李고문의 한 측근은“李전대표의 그림자가 남게되는 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아닌 대표서리 체제는 경선의 불공정성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대환영한다”고 반겼다. '3인연대'의 이한동(李漢東).박찬종(朴燦鍾)고문,김덕룡(金德龍)의원측도“이제 李전대표는 대세론의 허상(虛像)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李고문은“가장 바람직한 인선”이라며 좋아했고,朴고문측도“이만섭고문과는 얘기가 잘 통한다”고 반가워했다.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최병렬(崔秉烈)의원측도“대통령이 공정경선을 위해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李전대표의 한 측근의원은“李전대표가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에서 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달하려 했으나 청와대에서 미리 대표서리 체제를 흘리는 바람에 우리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 됐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그러나 대세는 이미 굳어진 만큼 앞으로'대표서리 체제라고 해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내용의 홍보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도 위기감을 느낀 李전대표측은 정발협의 주자 선택방침에 청와대측이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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