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트윈스, 연이틀 해태타이거즈에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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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LG 9-8 해태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LG가 올시즌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한 끝에 해태에 꿈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해태는 9회초 박재용의 만루홈런으로 다잡은 경기를 놓쳤고,LG는 9회말 1사만루에서 김동수의 끝내기 적시타로 해태에 다시한번 뼈아픈 1패를 안겼다.

8회까지의 경기는 LG의 일방적인 페이스.LG는 2회초 선취점을 내줬으나 2회말 곧바로 역전에 성공한후 6회까지 10안타로 6득점,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전날 심술을 부렸던 승리의 여신은 이날도 9회가 돼서야 장마철 날씨처럼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LG 마무리 이상훈은 9회초 시작하자마자 연속 볼넷을 내주고 1루에 악송구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김종국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6-4로 쫓긴 이상훈은 이종범을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렸으나 조현을 볼넷으로 내보낸후 박재용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그것도 볼카운트 2-1의 유리한 상황에서.LG로선 절망이었다.

그러나 9회말 1사후 기적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이병규의 중전안타,대타 송구홍의 우전안타에 이은 서용빈의 우중월 2루타로 1득점.8-7로 따라붙은 LG는 신국환의 고의볼넷으로 9회초 해태처럼 1사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타석엔 김동수,해태마운드엔 7회부터 나선 임창용.초구는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 임은 자신의 장기인 빠른 볼을 바깥쪽으로 뿌렸고 김의 방망이는 짧게 돌아갔다.

우익수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3루주자에 이어 2루주자 서용빈까지 힘차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9-8.3시간38분의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전날까지 29연속 도루에 성공한 이종범은 3회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를 시도했으나 실패,기록행진을 마감했다.

김홍식 기자

<사진설명>

9회말 극적인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때린 LG 김동수가 두 주먹을 불끈 쥔채 환호하고 있다.왼쪽은 LG의 김용달 코치. 잠실=박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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