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연 “유족 현장 차단, 불공정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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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남경남 의장이 용산 ‘망루 농성’에 개입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와 전철연은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며 반발했다. 박래군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23일 “검찰이 피해자인 철거민을 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몰아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재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는데 검찰은 화염병 때문으로 단정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철연과 사망자 유가족들은 이날 검은 상복 차림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지검장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농성자 구속 등 검찰의 조치는 대국민 사기극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공정 수사의 근거로 ▶유족·기자의 사건 현장 접근을 막고 ▶유족의 동의·입회 없이 부검을 실시했으며 ▶부검을 마친 시신에 대한 유족의 접근을 막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검찰은 “건물 상태가 위험한 데다 이번 사건처럼 현장 보존이 중요한 경우에는 수사 관계자 이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화재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에서 누구인지 식별하기 어려워 유족의 동의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신에 대한 유족 접근을 막은 데 대해선 “유족이 아닌 사람들까지 시신을 보겠다고 해 유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천막농성 벌이겠다”=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설 연휴 기간인 24~27일 사건 현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장관 등 지휘라인 즉각 구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장규 용산구청장 퇴진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뉴타운 재개발 전면 중단과 이주대책 마련 등을 요구한 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땐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또 “검찰 수사와 설 민심동향 등을 지켜본 후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했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대책위가 주최한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대회가 끝난 뒤 신촌·종각·용산 등으로 흩어져 밤 늦게까지 시위를 했다. 대책위는 3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시작된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장주영·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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