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100년사>11. 끝. 디지털 레코딩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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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80년대 음반산업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콤팩트 디스크(CD)와 디지털 레코딩에 힘입은바 크다.팝은 물론 클래식에서도 LP시절의 백 카탈로그를 재발매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게 된 것.81년 CD의 탄생을 지켜 본 지휘자 카라얀은 모든 레퍼토리를 CD로 다시 녹음할 계획을 세웠으나 얼마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하지만 그의 레코딩은 디지털 시대에도'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남아 있다.

CD는 LP와 달리 아무리 재생해도 전혀 잡음이 나지 않아 반영구적이다.직경 12㎝의 소형으로 가벼운데다 LP나 카세트처럼 앞뒤면을 갈아 끼우지 않고도 80분동안 계속 음악을 들을 수 있다.또 안락의자에 앉아 리모컨으로 얼마든지 곡을 선택할 수 있다.심지어 8장의 CD를 한꺼번에 올려 놓는 CD플레이어도 등장했다.

CD가 상품화되기 시작한 것은 82년부터.바야흐로 컴퓨터 혁명이 음반산업에 불을 댕긴 것이다.필립스와 소니가 공동 개발한 시스템으로 전세계가 통일된 것은 70년대 후반 비디오에서 베타맥스(소니)와 VHS방식(JVC)이 통일되지 않아 곤란을 겪었던 경험 덕분이다.그후 2년만에 90만개의 CD플레이어와 1천7백만장의 CD가 판매됐다.

CD는 처음엔 LP에 비해 소리가 너무 차갑고 비인간적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얼마 못가 LP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게 했다.이젠 LP 재생용 턴 테이블은 극소수의 매니어용으로만 일부 생산될 뿐이다.

곧 이어 스튜디오용 디지털 녹음기를 3M과 소니가,기존 아날로그 녹음을 잡음제거과정을 통해 CD로 리매스터링하는 기계를 미국의 소닉 솔루션이 각각 개발했다.또 녹음이 가능한 CD,즉 WORM(Write Once Read Many Times)CD가 등장,아마추어들의 음반 제작이 유행처럼 번졌다.

디지털 혁명은 카세트 테이프에도 영향을 미쳐 87년 뛰어난 음질을 자랑하는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DAT)가 등장했다.90년대초 필립스가 개발한 디지털 콤팩트 카세트(DCC)에 대항해 소니는 CD의 음질과 손쉬운 카세트 녹음방식을 결합한 미니 디스크(MD)를 선보였다.모든 음악정보가 디지털 신호로 환원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지난 81년 부활절을 맞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콤팩트 디스크 공개 시연회에서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이 지휘자 카라얀에게 CD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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