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를세우자>25. 외국박물관내 한국관 건립 - 외국의 사례 (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권이지만 중국.일본은 일찍부터 세계 유명박물관내에 독립된 자국유물 전시관을 갖춰왔다.

개화기에 서양과 적극적인 교류를 해온 중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적.문화적 교류가 있었고 학문적 연구도 활발한 편.또 해외소장자들이 기증하는 경우도 많아 중국관.일본관의 건립이 우리보다 다소 수월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한국이 독립된 한국관을 건립하는데 걸림돌이 됐던 어려움들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자신의 소장품을 밖으로 알리지 않으려는 소장자들의 특성과 해외소장 인정보다는 반환요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강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채널로 문화재 조사사업들을 펼칠 경우 발생하는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은 다각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기업의 메세나 활동으로 조사사업과 독립전시실 건립을 추진하거나 해외재단과의 연계사업을 펴고,해외

에서 중국.일본학을 전공하는 현지학자들을 동원하는 방법등을 병행했다.

현재 한국실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경우 중국은 81년부터 지금까지 건립된 중국실을 5개나 갖추고 있으나 모두 미국인들과 미국재단의 이름으로 전시실을 만들었다.

'애스터 가든'의 이름이 붙은 전시실은 미국의 빈센트애스터재단이 주축이 됐고,중국은 공인들을 제공해 명조시대의 슈초우공원을 본떠 조성하도록 도와줬다.

2백90평 규모의 전시실을 갖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일본실도 79년부터 일본정부가 지원을 시작했으나 완성되기까지는 기업.교민.미국문화재단등 많은 지원자가 참여했다.

일본은 최근 파리 센강변에 5백만프랑(약 8백억원)을 들여 3천평이 넘는 규모로 최첨단 일본문화원을 건립하고 있다.기존의 박물관내 일본실만으로는 소화해낼 수 없는 종합적 문화외교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초보단계에 있는 해외문화투자사업에서 종합한국관을 단숨에 건립하는 것은 무리다.일본과 중국의 문화수출전략을 충분히 연구한 뒤 한단계씩 시행착오 없는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곽보현 기자〉

<사진설명>

시애틀박물관에 마련된 일본관엔 도자기.복식등과 함께 일본 전통차를

마시는 방이 재현돼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