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체제로 국정공백 메워 가 - 김영삼 대통령 권력누수 어떻게 대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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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현재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4일 부분적인 권력누수현상은 있지만 “金대통령이 국정경영 방식을 일종의 소(小)그룹 팀장 중심으로 바꾸어 대응,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리.신한국당 대표.안기부장.청와대비서실장등 소위'빅(Big)4'에게“권한.역할을 각기 적절히 분배해 국정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보.김현철(金賢哲)씨 비리의혹으로 형편없이 떨어진 통치의 장악력과 권위를 메우기 위한 일종의 임기말 생존전략이라고 할만하다.

권력 기반의 변화는 청와대 주례(週例)보고에서 나타나고 있다.金대통령에게 매주 정례보고를 하는 사람은 빅4중 비서실장을 뺀 3인과 경제.통일 두 부총리,감사원장이다.비서실장은 매일 아침 청와대 본관에 올라간다.

청와대 관계자는“金대통령이 국정을 틀어쥐고 일사불란하게 밀고가던 과거의 주례보고는 대개 요식절차였다.

그러나 요즘의 주례보고는 정책결정과정의 주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한보사건 수사의 분수령이었던 지난달 하순 대검중수부장의 경질은 고건(高建)총리의 청와대 보고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이에 앞서 高총리는 최상엽(崔相曄)법무장관과 김용태(金瑢泰)청와대비서실장과 사전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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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총리는 경제쪽의 주요 정책결정에 대해선 주례보고 때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에게 전담토록 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대표의 주례보고는 긴장감을 주고 있다.김현철씨 증언문제도 그 자리에서 결정됐고,앞으로 주요 정치일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재편기에 들어선 만큼 李대표의 주례보고가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청와대측은 인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이런 시스템은 자칫 金대통령이 국정을 놓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그러나 현재까진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이는 빅4의 노련미와 개인 스타일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高총리.姜부총리는 행정장악력이 남다르며,金비서실장도 월권적 힘의 행사를 하지않는 성향이다.

이런 횡적인 협조분위기를 바탕으로 高총리.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金비서실장들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지난 한달간 세차례나 모임을 가졌다.

보안을 중시하는 과거 金대통령의 1대1식의 국정협의 때와 달리 비공식 대책모임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의 임기마무리의 주요 결정 사항은 아직 유보된 상태다.

신한국당 대선후보문제와 이달말께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전직대통령 사면문제등을 이런 국정관리체제로 자신있게 판단,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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