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일대기 소설화 화제 - '인간의 길' 이인화 교수 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인생은 짧고 우리는 정의(定義)를 내리기 위해 낭비할 시간이 없다.'젊은 작가 이인화(31.이화여대 교수.사진)씨가 패기찬 발언을 하며 박정희(朴正熙)일대기를 소설화해나가고 있다.

88년부터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해 93년 장편'영원한 제국'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이씨는 최근'인간의 길'1,2권을 살림출판사에서 펴냈다.

'인간의 길'은 1871년부터 1951년에 이르는 80년동안의 근대사를 박정희 집안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이씨는'인간의 길'3권을 올 상반기중 마무리짓고 이어'혁명의 길''나의 조국'3부작 총10권으로 박정희의 혁명과 삶을 소설이

라는 허구의 양식에 집어넣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부를 것같다.소설 속에서 박정희는'허정훈'이라는 주인공으로 나온다.소설 속의 인물들은 역사적 사실 속에 그대로 배치돼 있으나 가명으로 드러나듯 허구의 인물들이다.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보다 사태의 본질을 드러내는 허구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을 한 인물의 일대기나 역사를 넘어 어떤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소설 자체로 봐달라는 주문이다.

박정희를 이씨는 첫권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죄와 배신과 불의와 타락에 몸을 적시며 결단코 이상(理想)을 향해 매진했던 그 고독과 우수의 마키아벨리즘을 이해하면서 나는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에 전

혀 있을 것같지 않았던 힘과 용기를 발견했다”며 박정희를'천성적 모반자''악마적 초인'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우리는 보다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지침에 살아간다.그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그의 생각과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에게 있어서 진보의 유일한 요소인지도 모른다”는 나름의 인간관.역사관을 펼치고 있다.

'나라 전체가 나락에 떨어져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 나는 이 소설을 바쳐 우리는 다시 하면 된다,일어설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 하필이면 독재자'박정희'냐는 비판과 저의에 대한 의심도 나오고 있다.박정희가'메

시아'처럼 떠오르는 일부 시류에 유망한 작가가 조급하게 상업적으로 영합하고 있다는 비난도 책이 나오자마자 일고 있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