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총회장 폭탄진술 일단 연기 - 한보 2차공판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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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보사건 2차공판이 열린 31일 오전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는 정태수(鄭泰守)씨의 폭탄선언을 의식한 듯 17일 첫 공판때보다도 많은 방청객이 몰렸으나 鄭씨 신문이 다음 기일로 연기되는 바람에 다소 맥빠진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방청객중에는 한보거래 5개 채권은행등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다수 눈에 띄어 재수사 착수이후 은행 임직원 사법처리 여부가 지상에 오르내리면서 금융권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방증.

전직 행장이 피고인으로 출정한다는 한 은행관계자는“검찰이 담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출과정을 일일이 문제삼는다면 은행이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최근 은행임직원 사법처리에 대해 불거지고 있는 금융권의 반발기류를 드러

내 보이기도.

…이날 공판에서 정태수피고인측의 서정우(徐廷友)변호사는“기록검토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다음 기일에 신문토록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

별다른 이의없이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자 鄭씨 진술을 기다렸던 방청석 곳곳에서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첫 공판때 鄭씨의 아들 4형제가 나란히 공판을 방청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공판에는 4남 한근(瀚根)씨만이 홀로 나와 방청.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이 지난 27일 鄭씨 일가 재산을 모두 압류하고 3남 보근(譜根)씨를 구속하는등 鄭씨 일가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기도.

…황병태피고인은“국회의원 생활중 가장 잘못된 것은 친구나 선거구민들이 부탁하면 내용검토없이 그 자리에서 약속하고 부탁전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정치권의 부패불감증을 직접 언급해 눈길.

그는 이어“선심쓰기 좋아하는 국회의원은 조심성없고 긴장감없는 생활을 하는 것이 문제”라며 자신도 정태수씨의 말한마디만을 듣고 산업은행총재에게 전화한통 건 것이 이러한 생활타성에서 비롯됐다고 토로.

…정태수피고인은 김우석(金佑錫)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이뤄지는 도중 법정의 공기가 다소 쌀쌀한 듯 입정할 때 가져왔던 검은색 털모자와 흰색 면장갑을 착용.

鄭피고인은 당뇨병등 많은 지병을 앓고 있는데도 불구,흐트러짐없이 공판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으며 오후 공판 시작전에는 방청객을 돌아보며 웃음을 보이는 여유를 보이기도.

…오후에 진행된 권노갑(權魯甲)피고인에 대한 신문에서는 지난달 13일 權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상황을 둘러싸고 검찰측과 權피고인이 한동안 승강이.

안종택(安鍾澤)중수 2과장이 당시 조사도중 중수부를 떠나려 한 것은“지난달 17일 임시국회가 열리기로 여야간에 합의돼 있는 것을 알고 시간을 벌어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權피고인은“천부당 만부당

한 소리”라며“검사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소리치기도.

…정태수(鄭泰守)씨의 심복으로 알려진 한보 재정본부장 김종국(金鍾國)피고인은“처자식이 있는 50대 가장으로 살아남기 위해 사주의 부당한 지시를 거역할 수 없었으며 종종 부당한 지시를 피하기 위해 자리를 피하기까지 했다가 크게 질책

당하기도 했다”고 말하는등 자신은 사실상 자금조달에 허수아비같은 역할이었다고 주장.

이때문에 金피고인은 노관규검사로부터“한달에 5백만원이 넘는 돈을 받는 사장급 임원이 건성으로 주요문서에 결재했다는 말이냐”는 추궁을 받기도. 〈김정욱 기자〉

<사진설명>

아버지 뵈러 入廷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의 4남 한근씨가 31일 오전 한보관련 2차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서울지법 417호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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