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高 집단반발 왜 나왔나-내신산정 불합리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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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학입시 내신성적 산출방식에 반발하는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학부모 대표 1백20여명이 지난 24일 모임을 갖고 헌법소원을내기로 결의(본지 1월25일자 21면 보도)한데 이어 대원외국어고 2학년 4백23명이 지난 27일 학교측에 집단자퇴서를 제출,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1학년부터 특수목적고의 비교내신제가 폐지되는데 따른 학부모들의 반발은 지난해 7월부터 1학년 학부모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터져나왔다.그러나 서울대가 지난해 11월 학교생활기록부반영비율을 현행 40%보다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 침을 발표하자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97학년도 입시에서 외국어고 출신 학생들의 서울대 합격률이 50~60%로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올해 대입시를 치러야하는 2학년은 물론 1학년까지 심하게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원외고 2학년 학부모 대표 鄭희숙씨는“현행 고교 내신제도가학교간 학력차를 공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본고사마저 없어져외국어고생들이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게됐다”며“제도 개선없이는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특히 교육부 고교성적 내신제 운영지침에 의한 경과조치로 현재 2학년까지는 비교내신제 적용이 보장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다.비교내신제 혜택은 동일계 진학때에만 주어지는데 서울대의 경우 인문대학 정원이 3백명인 반 면 외국어고 학생들은 서울지역에만 10배 가까운 2천8백여명이나 돼 수혜자는 일부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입학 당시 비교내신제가 없어진다는 입시요강을 인지하고 진학한 1학년 학부모들은 학생부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대원외고 1학년 학부모 대표 朴영숙씨는“각 대학이 우수 학생선발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외국어고생에 대해서는 비교내신제를 적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외국어고 학부모의 주장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비동일계 진학때도 비교내신제를 적용해 달라는 요구는 외국어고 설립목적에 어긋나 들어줄 수 없으며 99학년도 이후부터 비교내신제 적용 여부는 대학 자율이므로 정부가 나서 강요할 수는 없다”고밝혔다.그는 또“절대평가는 200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현재로서는 성적 부풀기등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절대평가를 도입할 수없다”고 덧붙였다.외국어고는 92년부터 외국어 재능아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현재 전국에 14개교가 있으며 전체 정원은 1만4천6백여명에 이른다. 그리고 매년 4천8백60여명이 대입 시험을 치러 어문계열등 동일계 진학 길은 매우 좁은 형편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외국어고 설립 목적이 대입제도의 모순 때문에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점을 직시,대학별로 외국어고의 설립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전형방법을 채택토록 권장하든지 차제에 외국어고 운영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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