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회오리>김영삼 대통령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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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보사태가 확산일로에 접어들고 있다.정치스캔들로 비화되면서 집권당 대변인이“당의 사활(死活)을 걸었다”고 공언하는 상황이됐다.결과야 두고 볼 일이나 여야의 기세는 명운을 건 전면전이다.이같은 심각한 공방은 파문의 처리결과가 대선 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이다.싸움의 핵심은 양김(兩金)대결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가 각 진영의 주장(主將)이다.이들의 해묵은 구원(舊怨)은“대통령도 조사받아야”(DJ)와“여야를 막론한 성 역없는 조사”(YS)라는벼랑끝 대치로 발전하는데까지 이르렀다.바야흐로 폭발직전의 상태다.야권은 여권을 무력화시켜 대선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계산이고 여권 역시“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각오로 맞서고 있다.끝간데없는 여야의 무한대립이 다.정국은 정부출범후 최고 긴장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여당은 한보사태를 정면돌파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자세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7일 오전 이수성(李壽成)총리로부터한보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은뒤 곧바로 윤여준(尹汝 )대변인을 불렀다. 金대통령은“방금 李총리에게 한보철강의 인가(認可)에서부도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한점 의혹없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尹대변인에게 그런 사실을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했다.여권의대응이 공식화된 순간이다. 金대통령은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가“대통령이 최종 책임이 있고 필요하다면 조사도 받아야 한다”고 발언한데 크게 자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은 평소“취임 이후 한푼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항상 강조해왔는데 대통령을 비리와 직접 연결시키는 상황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이대로 가다간 문민정부 존립의 근본인 도덕성마저 훼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따라.지위고하를 막론한 수사'방침을 내리게 됐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도“다 파헤친다”며“청와대나 우리 당에 관련 인사가 있다면 법대로 처리될 것이고 만일 내 이름이 거론되면 나도 출두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신한국당 고위 당직자회의에선 이날 오전 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해온데 대해“우리가 원하던바니까 당장 국정조사고 뭐고 간에 한번 해보자”고 역공에 나섰다. 이홍구(李洪九)대표는 검찰에서의 철저한 조사 임시국회에서 여야의 공동조사 사건전말에 대한 신한국당 차원의 논의라는 세가지원칙을 제시했다. 정부.여당은 정면대응 가닥을 잡은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를 집중 공격했다.姜총장은“터무니없는 정치공세고 망언”이라고 단정한뒤“金총재가 증거를 대든가,아니면 공인으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성역없는 수사는 여당만 해당되는게 아니다”고 말했다.일단 수사가 시작되면 누구든지 조사대상이 될 것이고 거기엔 야당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닐 것이란 말이다. 여권이 이처럼 강력하게 나오는데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원종(李源宗)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한보철강에 대한 금융지원 과정에서의 부정과 비리는 모두 조사되고 척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그러나 그같은 비리에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은 전혀 관련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李수석의 단정은 권력핵심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일 수는 있지만아직 수사가 본격화하지 않은 단계에서 특정인의 관련유무를 말하는건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측면에선 야권과 금융권에서 제기되어 눈덩이처럼 불거지는민주계 실세의 개입설을 축소 또는 잠재우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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