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영화는 '철없는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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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게임은 오래 전부터 서로의 영역을 교류해왔다. 이 교류의 시작은 영화를 모티브로 한 게임 제작이었다. 추억의 게임이라 불리며 80년대를 풍미했던 ‘킹콩’, ‘람보’, ‘인디아나 존스’등은 영화를 바탕으로 게임으로 재탄생됐고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달랐다. ‘둠’, ‘하우스 오브 데드’, ‘슈퍼마리오’ 등의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대작게임들을 영화로 제작했지만 그 성과는 참담했다. 흥행 실패는 물론이고 유치한 스토리와 게임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한 영상 등은 졸작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 흥행 참패 속에서 영화제작자들은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다. 그들이 찾은 돌파구는 무엇일까? 그것은 섹시한 여전사 캐릭터를 전면으로 등장시켜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2001년 개봉한 ‘툼 레이더’는 라라 크로포드라는 섹시 여전사의 등장으로 안젤리나 졸리라는 무명의 배우를 단박에 섹시 아이콘으로 탄생시켰다. 개봉 초기 진부함의 극치라는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어도 영화 ‘툼 레이더’는 ‘미녀 삼총사’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여성 헤로인만의 힘은 약했다. 2006년 제작된 영화 ‘사일런트 힐’은 동명게임의 명성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일본 코나미사의 동명게임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왜 흥행에 실패한 것일까? 1995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은 비디오 게임의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2~3메가의 게임팩과 달리 저장용량이 큰 CD를 매체로 하여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자랑하게 되었다. 또한 높아진 저장용량 만큼 게임의 영역도 커져 스토리가 중요시됐고, 이에 따라 게임 시나리오는 2시간의 영화 시나리오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내용을 담기 시작했다. 즉, 영화의 러닝타임에 더이상 게임의 내용을 다 담아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영화 역시 변신을 시도했다. 게임의 원작에 충실하되 영화만의 스토리로 재구성이 이뤄졌다.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에 맞는 영화만의 스토리. 이 재구성은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걸출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레지던트 이블’에는 그간 게임 원작의 영화들의 흥행 요소가 모두 담겨있다. 섹시한 여주인공이 무차별적 액션을 펼치며 원작 게임의 방대한 스토리를 주요 사건별로 재구성하여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20일, 또 한편의 게임 원작 영화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게임 영화의 주인공은 섹시한 여전사’의 공식을 깨고 남자배우를 등장시켰으며, 게임의 주요 사건별 재구성이 아닌 영화만의 독립적인 시나리오에 중점을 뒀다. 흥행 공식에 전면 도전을 하며 등장한 ‘맥스페인’. ‘맥스 페인’의 과감한 도전은 미국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점령하며 성공인 듯 보였다. 하지만 부실한 스토리와 부족한 흥미 요소의 지적을 받으며 추락도 과감하게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두 번째 평가를 기다리는 ‘맥스 페인’. 과감한 도전이냐 철없는 용기냐의 성패가 20일 한국 관객들의 평가을 받게 될 것이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주혜경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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