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국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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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품전문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새내기 직장인 펑베이베이[彭贝贝](25). 그는 “인간관계에서 국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라며 한국인과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 애인도 있단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인들에게 “중국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그는 2003년에 한국에 와서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학부 졸업 후 최근 CJ취업에 성공했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펑베이베이를 만나 한국생활을 들어봤다.

[한국속의 중국인③]CJ주식회사 새내기 직장인─펑베이베이

-한국생활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였나?
대학 재학시절 교수님께서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챙겨 주시며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깊은 관심과 열정을 쏟아 주셨다. 하지만 시험 점수를 매길 때 한국 학생들과 동등하게 평가했던 것은 좀 버거웠다.

-어떻게 CJ에 입사하게 되었는가?
고려대학교에 CJ가 많은 투자를 했던 이유여서인지 CJ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교내에서 개최된 ‘CJ글로벌 네트워크 프로그램(GNP)’에 참석 하게 되었고,관심 분야와도 맞는 식품회사였기에 참석 후 입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 근무 2년 후 중국 베이징 현지 파견을 나가게 해 준다는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CJ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CJ사는 설탕이나 밀가루 식용유 등을 생산 연구한다. 입사한지 이제 한달 째 되는 수습기간인데 현재 소재기획팀에서 설탕의 제당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앞으로 제당 업무에 관한 관리담당 즉 실적분석 및 손익계산 등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게 될 것이다.

-한국 직장동료와의 관계는 어떤가?
매우 원만한 편이다. 마찰이나 뭔가 맞지 않는 문제는 아직 없다. 나는 대학 재학시절에도 한국인 知己를 3-4명이나 둘 정도로 한국인들을 좋아한다. 관계 맺는 것에 있어 외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

-월급은 만족스러운가?
월급 자체에는 만족을 하는 편이다. 한국인 신입 사원들과 연봉은 같지만 외국인은 연봉 안에 식비와 거주비가 포함되어 있고, 들은 바로는 연금지원이 되지 않는다 하여 실질적으로는 한국인 직원들 보다 덜 받는 다고 할 수 있다.


▲펑베이베이와 직장 동료들이 야유회에 가서 함께 찍은 사진. 오른쪽에서 3번째가 펑베이베이.

-한국인과 결혼 할 의사가 있는가?
현재 3년 넘게 교재중인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중국 및 중국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 갔다가 만나 교제하고 있다. 한국 남자들은 남아선호 사상이 짙다고 하는데 내 남자친구는 아닌 것 같다. 무척 자상하고 나에게 너무 잘 해 준다.

결혼을 할 사람이라면 국적이 한국이라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만약 내가 결혼 하게 될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면, 결혼 후 중국에서 거주 하고 싶다. 나와 결혼할 사람이 그럴 수 있는 남자면 좋겠다.

-한국 생활의 장∙단점은?
한국과 중국은 같은 아시아계이기 때문에 생김새로 잘 분간이 가지 않아 언어만 현지인처럼 구사 할 수 있다면 특별히 외국인이라는 차별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후나 기타 방면도 크게 다른 것은 없다.

단점이라면 중국만큼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한 것과 혼자라는 자유로움에 따르는 외로움 이다. 가끔 집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한국 생활 초기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한국 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침대가 없었던 게 가장 불편했다. 잠자리 뿐만 아니라 술집,밥집 등과 같은 곳도 방바닥으로 되어 있어 불편했다. 또 한국 음식은 중국음식에 비해 기름기가 너무 적었던 것도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나는 한국사람들의 예절 중시하는 것을 훌륭하게 생각한다. 이는 타인의 존중을 부르게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인들은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나 역시 많은 한국친구들이 있다.

나는 한국의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한국인의 단합정신이 좋다. 어떤 경기나 대회 같은 것들이 있을 때 모두가 하나되어 응원하는 모습 등이 매우 인상깊다.

한국의 놀이문화는 풍부한 편이다. 쇼핑이나 노래방등 밤 시간 때에도 놀거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물론 중국에도 있긴 하지만 중국에 있을 땐 특별하게 이러한 문화를 즐기진 않았다.

-한국이 외국인이 살기 편한 나라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외국인 관련 제도나 일반인의 인식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적어서 생활하기에 비교적 편한 나라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부당하다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학부보다는 석사 과정 유학을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석사생이 학부생보다 취업 비자 발급이 더 쉽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문계 학부 졸업생에게는 취업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았다. 또 외국인이 한국에서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성적이 3.0/4.5 이상이어야 하고, 총장추천서 및 사유서와 같은 필요한 서류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 시 해외 관련 업무로 국한 시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기업들이 고학력을 요구하고 있어서 취업시장에서 학부생 보다는 석사생이 더 유리하다 생각한다. 학력이 높은 만큼 원하는 가치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석사생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한국의 학부생과 동일 하게 혹은 더 낮은 월급을 주고도 중국인 석사생을 채용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인 석사생을 채용하는 것이 더 수지가 맞다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한국인들의 ‘중국’ 혹은 ‘중국 것’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 변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최근에 벌어진 멜라닌 파동으로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이 더해진 것 같다. 멜라민 파동을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너무 과하게 받아 들인다고 생각된다. 한국인들이 ‘중국 것’에 대해 지나친 선입견을 버리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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