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신인들은 코트서 고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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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프로농구(NBA) 경험이 있는 최장신 선수 하승진(KCC·2m22㎝)은 평균 8득점에 리바운드 8.3개가 고작이다. 전체 2순위로 뽑힌 김민수(SK·2m1㎝)는 공격력은 있지만 수비에서 애를 먹고 있다. 4순위로 뽑힌 강병현(전자랜드·1m93㎝)은 그나마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있는 정도고, 3순위 윤호영(동부·1m96㎝), 5순위 차재영(삼성·1m94㎝)은 코트에서 모습을 보기도 어렵다.


‘황금 세대’로 불리던 이들이 부진한 것은 프로 무대의 높이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프로는 코트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바로 벤치로 물러나야 한다. 매 경기가 시험무대다.제 역할을 못하는 선수들은 벤치 워머로 전락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국가 대표 출신 차재영은 고려대 시절 팀의 에이스였다. 공격에 치중해야 하는 주 득점원이다. 그래서 코치진도 수비 실수에 대해선 너그러운 편이었다. 그러나 프로는 달랐다. 차재영은 삼성에 입단한 뒤 안준호 감독에게 “실수 두 번까지는 봐 달라”고 했다. 그러나 안 감독은 “한 번 실수하면 끝나는 게 프로다. 실수 한 번에 벤치로 돌아온다는 걸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18일 경기에서도 안 감독은 차재영이 상대팀 선수에게 쉬운 돌파를 허용하자 1분 만에 벤치로 불러들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윤호영을 뽑고 기뻐했던 전창진(45) 동부 감독도 마찬가지다. “누구든지 독기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대학 때처럼 아프면 쉬고 경기할 때 나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윤호영은 중앙대 시절 부상이 많아 팀 연습에서 빠지곤 했다. 그래도 경기에는 항상 나왔다. 하지만 프로에선 다르다. 전 감독은 몸이 성치 않은 윤호영을 약 15분 정도만 기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감독은 주전과 비주전 선수의 경쟁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리곤 한다. 대학 때까지는 선수층이 엷은 관계로 주전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하지만 프로는 선수층이 두텁다. 부상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몸 관리를 못하면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 7억1000만원의 최고 연봉을 받는 김주성은 신인 시절부터 노력을 거듭했고 매년 발전했다. 전창진 동부 감독은 “프로에서는 과거를 잊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신력과 투지는 물론 팀 선수들에게 녹아 들어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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