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부분적 거국경제내각 구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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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선진과 창조의 모임 대표 자격으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30일 “이명박 정부가 보수정권으로서의 가치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선진과 창조의 모임) 대표 연설에서 “같은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인으로서 이명박 정부가 나라의 정체성을 재정립해 주기를 간절히 기원했지만 이 같은 신념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가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것은 한나라당 총재이던 2001년 10월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좌파정권 10년간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아직도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에서 이 총재는 경제위기를 돌파할 해법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우선 그는 “은행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문제가 일단락되면 현 경제팀을 경질하고 부분적 거국경제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전투력을 상실한 장수에게 전투를 맡겨봤자 결과는 뻔하다”며 “강만수 장관팀을 고집하는 것은 자만을 넘은 자기 방어 수단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또 정부의 지급보증과 관련해 “IMF 위기 때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나라 은행이 헐값으로 외국계 은행에 넘어간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급보증 시 반드시 주식·채권 등의 담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감세의 범위와 방법, 재정지출의 확대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한 ‘여·야·정 정책협의회’의 구성을 거듭 제안했다.

또한 이 총재는 “신보수주의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며 “시장에서 소외된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유 있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일감을 나눠주고 정부도 실업자·자영업자·중소기업에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지론인 ‘강소국 연방제’를 거듭 주장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지방에 이양해 분권 국가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6~7개의 ‘강소국’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대북 정책에 대해 “안하무인적인 북한의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북한과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악화되더라도 (상호주의 등) 확실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소중한 고언”=이 총재의 친정격인 한나라당은 이날 연설에 대해 호평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 총재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내고 세계적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했다”며 “소중한 고언에 경의를 표한다”고 논평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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