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이즈藥禍' 前후생성 국장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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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도쿄(東京)지검은 4일 에이즈균이 들어있는 혈액제제가 환자에게 투약되도록 방치해 에이즈감염 사망자를 발생시킨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전후생성 보건의료국장 마쓰무라 아키히토(松村明仁.55)를 체포했다.
5일에는 마쓰무라 용의자에 대한 가택수색도 실시됐다.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쳤다는 「부작위(不作爲)」를 이유로 일본검찰이 담당공무원의 형사책임을 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책임회피 풍조 가 만연한 관료사회에 철퇴를 내린 것으로 한국에도 시사하는바가 크다.의사이기도 한 마쓰무라는 후생성 생물제제(生物製劑)과장으로 재직중이던 84~86년 비가열(非加熱) 혈액제제가 에이즈를 감염시킬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판중 지.회수조치등 주무과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2명의 환자가 에이즈로 숨지게 한혐의다.그러나 그의 혐의는 이른바 「에이즈 약해(藥害)사건」의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비슷한 사고로 숨진 사람은 4백여명,감염환자는 1천8백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본정부.제약업계.의학계의 담당 전문가들이 혈우병환자를 치료하는데 쓰이는 「가열하지 않은 혈액제제」가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84년이었다.그러나 이들은 국내업계를 보호한다며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판.투약을계속했다.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어처구니 없는 도박의 배경에는 이들 3자의 끈끈한 유착관계가 있었다.담당공무원은 퇴직후 제약회사 취직이 보장됐으며 제약회사에는 막대한 판매이익이,의학계에는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기부금과 후생성 자문역 자리가 보장된 것이다.
의약분야에는 문외한인 간 나오토(管直人)후생상이 올해초 부임하면서 유착관계는 깨지기 시작했다.지난 8월에는 혈우병의 권위자 아베 다케시(安部英)가,9월에는 비가열제제 생산업체인 일본녹십자사의 역대 사장 3명이 줄줄이 구속됐다.마쓰 무라 체포로사법처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나 한이 풀리지 않은 피해자와유족들은 이들을 따로 살인죄로 고소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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