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탄생뒷얘기>9.남자배우 배용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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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백만달러짜리 미소」를 지닌 배용준(25).『사랑의 인사』『젊은이의 양지』『파파』 단3편의 드라마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된 경우다.반항적인 터프가이의 이미지로 성공한 대다수 남자배우들과는 달리 순수해 보이는 눈빛,건강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데뷔한지 2년 남짓된 새내기.
아직도 『인기가 실감나지 않는다』는 배용준에게는 곱게 자란 듯한 이미지와는 달리 사고뭉치(?)였던 과거가 있다.고등학교 시절엔 이런저런 일을 벌이는 통에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다.
『친구들과 함께 음료수 판매원서부터 군고구마 아르바이트까지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그 나이땐 다 해보는 일이라 생각했지요.
한번은 부산 광안리에 무작정 내려가 거처없이 천막에서 스티로폴하나 달랑 깔고 생활한 적도 있어요.』 대학입시 실패 후에는 몸과 마음을 단련한답시고 머리를 박박 깎고 평택에 있는 진위사에 올라갔다.진위사에 올라간 배용준은 깜짝 놀랐다.절간에서 머리를 깎은 사람은 스님들과 배용준뿐.나머지 고시생들은 모두 머리를 기른채 절에 묵고 있 었다.『소림사 흉내를 낸다고 애꿎은나무를 마구 차서 스님이 불같이 화를 내신 것이 기억납니다.야단도 많이 맞았습니다.진위사의 말썽꾸러기였지요.지금도 그곳 생활이 가끔 생각나요.』 방황의 시간을 거쳐 배용준이 찾아간 곳은 합동영화사.고등학교 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동경해온 영화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됐다.연출부 소속으로 홍보전단을 돌리고 촬영장을 물색하는등 잔심부름을 했지만 영화일을 한다는 생각에 피곤한 줄 몰 랐다.방황하던 마음도 잡혀갔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틈틈이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몸을 만들기 위해 보디빌딩을 하고 연기학원에도 등록했다.영화서적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그러던중 행운은 정말 우연히 왔다.평소 알고 지내던 연기학원직원이 그를 『사랑의 인사』의 전기상PD에게 소개시킨 것.『사랑의 인사』촬영개시 이틀전에 연출.작가와 스태프 전원의 찬성으로 영민역에 발탁된다.
이때부터 배용준은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젊은이의 양지』의 부잣집 아들 석주.『파파』의 귀족적인 분위기의 이혼남인 대학강사 현준.그리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CF출연 제의들.어려웠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기분을 느꼈다.
배용준은 이제 제2의 도약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3편의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고.7일 새로 선보이는 KBS주말극 『첫사랑』에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안경을 벗는다.
『늘 써왔던 안경을 벗어던진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인다는 것이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첫사랑』에선 내성적이고 싸움을 일삼는 영화광 정찬우역을 맡는다.영화를 공부했던 석주처럼 이번에도 영화를 사랑하는인물을 연기한다.이는 『젊은이의 양지』『첫사랑』의 작가 조소혜씨가 배용준을 위해 배려한 작은 선물이다.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정찬우는 좋아하는 효경(이승연 분)을 형 찬혁(최수종 분)에게 양보하는 의리있는 사나이.지금까지 연기했던 역할과는 다른 분위기로 연기할 각오가 돼 있다.촬영중 모터사이클을 타다 손목인대가 파열되는 상처도 입었다.시청자들의 사랑이 부담돼 밤잠도설친다는 그가 『첫사랑』에서 보여줄 새로운 인물 찬우가 기대된다.
글=김지선.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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