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극복 캠페인 핑크리본] 국내 유방암 환자 폐경 전에 더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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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여성이라면 매달 자신의 유방을 만져보는 자가검진을 해야한다. [중앙포토]

서구화된 한국 여성에게서 급증하고 있는 유방암. 실제 1996년 3801명에 불과했던 환자 수는 매년 10%씩 늘어나 2002년 7551명(여성암 1위), 2006년 1만1275명으로 급증했다. 환자가 많아지면서 사망률도 증가해 96년 10만 명당 4.3명이 2006년엔 6.6명으로 늘었다. 각종 진단·치료법에도 불구하고 암 발병률이 완치율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유방암학회에서 발표한 ‘유방암 백서’와 전문가 조언을 통해 유방암의 실체와 극복법을 알아본다.

◆국내 환자 분포와 시기별 생존율=국내 유방암 환자는 환자가 주로 폐경 이후부터 발생하는 서구와 달리 폐경 전 여성이 더 많다. 2006년 현재 유방암 환자의 평균 연령은 48세로 40대 40%, 30대 14.3%, 20대 1.6%. 폐경 후인 50대 25.7%, 60대 13%, 70대 4.7%를 웃돈다. 우리나라 여성은 젊을 때부터 유방암 예방과 조기검진에 힘써야 되는 셈이다.

다행인 점은 유방암 조기 검진 환자가 늘었다는 점. 96년만 해도 암 조기 검진을 하다 진단을 받은 환자는 6.4%에 불과했지만 2006년엔 24.4%가 조기 진단을 통해 암을 발견했다. 조기 검진 효과는 치료 후 생존율, 유방 보존 가능성과 직결된다.

실제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4기땐 28%→3기 64%→ 2기 89%→1기 98%→0기 99%로 병 초기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올라간다.

유방을 보존할 수 있었던 환자 역시 조기(0기 혹은 1기) 진단 비율이 23.6%였던 1996년엔 18.7%에 불과했지만 47.1%의 환자가 조기 치료를 받은 2006년에는 48.8%로 증가했다.

◆조기엔 무증상, 진행해야 증상 생겨=유방암은 암 세포가 침투한 정도에 따라 0기~4기로 구분한다.

문제는 0기나 1기 때는 환자에게 불편한 증상이 전혀 없다는 점. 2기 때도 가슴을 잘 진찰해야 겨우 멍울을 만질 정도다. 한쪽 유두에서 노란색·짙은 갈색·피 등의 분비물, 유방 모양이나 피부의 변화, 유방의 피부변화 등은 3기 이상 진행돼야 나타난다. 따라서 유방암은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30세부턴 매달 하루(1일, 15일, 30일 등)를 정해 자신의 유방을 꼼꼼히 만져보는 자가검진을 해야 한다.

유방 X선검사(맘모그래피)는 35~40세 땐 2년마다, 40세 이후엔 매년 받아야 한다.단 우리나라 여성은 치밀 유방이 많아 유방 X선 검사(맘모그래피)뿐 아니라 유방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만일 직계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거나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출산과 모유 수유 안 함, 비만, 피임약 등 호르몬 장기복용 등 유방암 발생 고위험군은 30세부터 해마다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


검사상 암이 의심되면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 예방 해법은 전통 생활습관=유방암 증가는 서구식 생활 습관과 관련된다. 유방암을 초래하는 주범인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원료가 기름기 많은 고칼로리 서구 식단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구식 식단 덕분(?)에 여자 아이들의 초경 연령은 30년 전보다 약 3년 빠르다. 평생 동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 셈. 서구화와 동반된 고령 산모, 저출산, 모유 수유 기피 등도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을 더해준다. 

의학적으로 유방암 위험은 초경 연령이 1년 늦을수록 4%씩, 모유를 1년 더 먹일수록 4.3%씩 낮아지는 반면 첫 아이 출산 연령이 1년 늦으면 3%, 체중 1kg 증가시 1%, 먹는 피임약 복용 땐 24%, 폐경 후 호르몬대체요법을 받을 땐 매년 2.3%씩 늘어난다. 따라서 유방암 예방은 소식과 운동,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고 신선한 야채 듬뿍 섭취하기, 첫 아이 20대에 출산해 모유로 키우기 등 할머니 세대 여성들의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유방암 치료를 받은 환자도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황세희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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