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癌정복 가로막는 의료 환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새로운 유전자 암치료법 기사가 보도(본지 7월30일자 1,3면 참조)된 후 중앙대 필동병원은 연일 말기암환자들의 전화문의와 방문이 이어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일부 보호자들은 환자를 앰뷸런스에 태워 무작정 응급실로 밀고들어오는 사태까지 빚어지고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문우철(文宇哲)교수는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실험대상환자 1명의 4회분 치료제 제조비는 기초원료값만 2백여만원.또 현재의 시설로는 1회 주사량을 만드는데 거의 20시간이나 걸린다.
그러나 연구팀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올해 배정된 1차연도 지원비는 3천2백만원.인건비는커녕 실험기기 한대 값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더구나 실험중인 치료법에 대해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받는 것은 법으로 허용되어 있지 않다.지금까지 주머니돈을 털어 연구해온 文교수는 결국 의학적 검증에 필요한 자원환자 20명만임상실험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文교수를 괴롭히는 것은 돈보다는 오히려 이같은 물리적한계에서 오는 인간적인 갈등이라고 그는 밝혔다.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한을 단 1개월만이라도 늘릴 수있다면 기꺼이 실험대상이 되겠다는 말기암 환자들의 매달림을 외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처음부터 예견된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새로운 치료법으로 공인되지 않은 중간 연구결과를 보 도하기로 한것은 비록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제 文교수에게 필요한 것은 연구의욕을 북돋워줄 주변의 지원과 격려다.
그것은 文교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킴은 물론 삶의 질을 유지시켜 주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새로운 치료기술의 개발에 걸림돌은 병원내의 권위적인 서열의식과 전문과목을 지키려는 보수성이다.전공이 다른,그것도 후배의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노력과 상호협조보다는 형식과 체면을앞세우는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절감해야 했다.다른 사람의 연구결과를 인정하기 보다는 깎아내리려는 나쁜 풍토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연간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거의 5만명이나 된다.
이들 말기암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절망,그리고 우리의 열악한 연구환경을 생각하면서 암연구자들을 도울 독지가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고종관 과학기술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