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태, 불안하십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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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31면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을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 구도는 과거 냉전을 떠올리게 한다. 주식을 사는 대신 현금성 자산과 금·스위스프랑에 투자해야 할 때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투자자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러시아 군대는 그루지야 땅에 남아 있고, 긴장은 고조되고 있으며, 정부 당국자들은 독설을 내뱉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전통적으로 금과 스위스프랑이 피난처 역할을 한다. 러시아 금융자산은 폭락하고 있다. 중부 유럽의 주식·통화에도 충격파가 퍼지고 있다. 신흥시장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뛰고 신흥국과 선진국의 채권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도 커졌다.

유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주변국 간의 마찰은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루지야 사태는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글로벌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민족주의로 기울고 있는 개도국들의 움직임도 불길하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올림픽을 치른 중국에서, 외국 기업을 왕성하게 사들이는 인도의 대기업에서, ‘유사 제국주의’의 모습으로 과거 영광의 재현을 꾀하는 러시아에서 이런 민족주의를 목도한다”고 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의 경우) 서로 간의 갈등 조장과 상대방의 진의(眞意)에 대한 오판, 체면과 호전적 애국주의가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다”며 “그루지야 사태는 미국·유럽·러시아의 정치·군사적 메커니즘을 작동시켰다. 서로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고 건설적인 일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가 더 이상 두 강대국에 의해 좌우되는 양극 체제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사르코지의 말처럼 이제는 ‘상대적 강대국들이 불안하게 경쟁하는 시대’다. 이들이 서로 협력해야 투자자의 숨통도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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