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이통사업 매각 … 직원 절반 감원 … 변화에 적극 대처한 게 재도약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영국 BT(옛 브리티시텔레콤)는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혁신 교과서로 꼽힌다. 7년 전 300억 파운드(약 62조원)의 부채를 지고 파산위기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했다. 전화회사에서 글로벌 IT 회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채도 60억 파운드로 줄었다. 그 중심에는 BT의 ‘머리’로 통하는 ‘BT디자인’이라는 혁신 부문이 있었다. 국내 업체들과 제휴를 추진하려고 방한한 BT디자인의 알 누어 램지(54·사진) 사장을 만나 혁신 이야기를 들었다.

-부서 이름이 왜 BT디자인인가.

“회사의 사업과 문화, 고객의 요구를 다시 디자인한다는 뜻이다.”

-BT 혁신과정은.

“7년 전 영국 정부는 BT 통신망을 다른 통신사에 개방하라고 명령했다. 부채가 산더미인데 주된 수입원마저 잃게 될 판이었다. BT는 이에 저항하기보다 더 큰 변화로 맞받아치기로 했다. 알짜인 이동통신 사업을 매각해 부채를 확 줄이고 직원 25만 명 중 절반 이상을 내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업의 개념도 완전히 바꿨다. 전화사업자에서 인터넷 기반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영국 가정의 60%는 BT의 종합통신서비스 ‘홈 허브’에 가입했다. 또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는 종합 IT서비스 사업을 벌여 재미를 봤다. 지난해 매출의 45%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가.

“삼성전자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각종 통신·IT 설비와 이를 운용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외국 업체가 한국에 진출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다. BT는 세계 170개국의 통신사업에 진출해 있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450군데 고객사가 있다.”

-KT도 유선전화 가입자 수가 줄어 어려움을 겪는다.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실행에 옮겨라. 직원 불만이 두려워 미적거리면 회사·직원은 물론 고객들한테도 손해를 준다.”

이나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