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현장>풍납동 재건축대상 160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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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갑자기 쓰러질듯 내려앉은 지붕,거미줄이 어지럽게 둘러쳐진 천장….유리창이 깨지고 문짝이 떨어져나간 단독주택들이 괴기영화속유령의 집을 연상케 한다.
쓰레기더미가 쌓여 악취가 코를 찌르는 빈 방마다에는 불량청소년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술병과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재건축을 위해 1백60여가구의 주민들이 집을 비우고 떠나는바람에 인적이 끊긴 서울송파구풍납동165일대 토성초등학교 앞 마을 풍경이다.
재건축사업방침은 확정됐지만 보상마찰로 10여가구가 아직 집을지키고 있는데다 아파트평형 조정에 따른 조합원간 마찰이 계속돼사업승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주민이 이주한 빈집이 8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사업승인까지는 최소한 6개월은 걸릴 것이라는게 구청측의 설명이다.
『어두워지면 주민들이 거의 외출을 하지 않습니다.빈집 곳곳에서 불량청소년들이 소주파티를 하는가 하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시비를 걸거나 돈을 뺏기 때문이죠.』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李상기(30)씨는『이 마을 주택들이 폐가로 방치되는 바람에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토성초등학교 학생들』이라고 했다. 밤늦은 시간에 귀가할 경우 부근 빈집을 아지트(?)로 정한불량청소년들에게 돈을 뺏기거나 성추행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학생들은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공부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전 쯤에는 대낮에 불량학생들이 빈집에서 불을 피우고놀다 화재가 발생,빈집 한칸 전부를 태우기까지 했어요.소방차가오고 난리가 났죠.』 부근에 사는 朴정숙(34.여)씨의 말.
朴씨는 대낮에도 어린 아이들을 혼자서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주민들이 재건축을 위해 이주하기 시작한 지난해 1월이후 불량청소년들에게 돈을 뺏기거나 폭행당하는 등의 사건은 한달평균 10여건씩 발생한다는게 주민들의 설명.
그러나 단 한건도 범인이 잡힌 적은 없다.
이곳에서 1㎞쯤 떨어진 곳에 파출소가 있지만 순찰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주민들의 자율방범도 참여도가 낮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불량청소년들의 행패만이 아니다.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되면서 양식없는 주민들이 빈집에 온갖 종류의쓰레기를 버려 악취가 진동한다.당연히 모기와 파리떼도 극성이다. 『처음에는 봉투에 담겨있지 않은 쓰레기도 주거환경을 고려해치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어 이제는 아예 수거를포기한 상태입니다.』 동 관계자의 설명.
때문에 이웃 주민들은 재건축 사업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비어있는 집을 빨리 철거해주기 바라고 있으나 이 또한 쉽지 않다.
빈집을 철거하기 위해선 조합측이 동사무소에 건물멸실신고를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철거를 해야한다며 아파트평형 조정등이 끝날때까지 철거를 미루고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청도 재건축과정에서의 분쟁은 조합원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며 중재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있어 이웃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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