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약점 공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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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예선 결승>
○·홍성지 6단(한국)  ●·구링이 5단(중국)

제5보(64~80)=‘약점’이란 아주 재미있는 존재다. 똑같은 약점이라도 상대가 고수냐, 하수냐에 따라 천양지차가 나니까 약점의 절대값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약점은 바로 응징해야 할 것이 있고, 그냥 놔둬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약점은 신기하게도 건드리면 바로 사라진다. 얻은 것도 없이….

67, 68, 69는 모두 자신의 약점을 보강한 수다. 흑의 발이 약간 느리게 느껴지는 것은 구링이 5단이 형세가 좋아 두텁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70으로 파고든 수로부터 다시 접전이 시작된다. 흑진 속으로 뛰어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 그중에서 70이 가장 짜릿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A의 약점을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74는 일종의 무심타법. 빨리 달아나려고 중앙으로 뛰거나 B로 어깨를 짚는 게 보통이겠지만 홍성지는 그건 헤픈 수라고 보고 집으로 타이트하게 버티고 있다. 배짱 좋은 신예다(훗날 이 백이 완생하면 C가 끝내기의 맥이 된다).

75로 공격할 때 ‘참고도’처럼 쉽게 한 칸 뛴다면 흑2, 4가 좋은 타이밍이 된다. 흑의 약점은 사라지고 백만 공격받게 된다. 홍성지는 76~80까지 치열하게 몸을 비벼댄다. 궁할 때는 상대에게 온몸을 던져 기대는 것이 돌의 탄력을 얻는 지름길이다. A의 약점을 가만 놔둔 채 백은 몸을 철저히 밀착시키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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