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타히티-열대림.바다.산호 원색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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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카누는 소리없이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섰다.산호초로 이뤄진 섬사이에 생긴 바다,이른바 초호(礁湖)다.그림물감을 풀어놓은 듯바다는 온통 하늘빛이다.햇빛에 고스란히 제 속을 내비치고 있다.형형색색의 산호밭에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노 니는 모습이 선명한 화면처럼 펼쳐졌다.항해에 나선지 20여분.여행객들은 초호가 빚어내는 색채의 향연에 매료돼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남태평양에 점점이 떠있는 1백15개 섬으로 이뤄진 프렌치 폴리네시아.통상 주 섬인 타히티로 대표되며 지구 최후의 낙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눈부신 초호와 야자수 그늘아래 해변에서 온갖 해양스포츠가 벌어지는가 하면 무성한 열대림으로 뒤덮인 화산섬에서는 정글 탐험을 즐기기도 한다.
타히티에서 경비행기나 유람선을 타고 찾아가는 이웃섬 보라보라나 모레아는 원시의 풍광이 실감나게 펼쳐지는 곳.산호초로 둘러싸인 보라보라에서는 뱃전에 안전용 부재(浮材)가 달린 카누나 땟목을 타고 잔잔하고 평화스러움이 넘치는 초호를 건너 인근 무인도로 소풍을 나가기도 한다.
바다를 그물로 막아 길이 1쯤 되는 상어나 갖가지 열대어를 가두어놓은 자연수족관에서 먹이를 주며 스노클링을 하거나 산호초에 걸려 한없이 부서지는 태평양 파도를 바라보며 백사장에 누워한나절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보라보라 초호를 수상 오토바이로 일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가이드가 앞서서 길을 안내하는데 물살을 가르는수상오토바이의 재미보다 바다 한가운데 정지해 발아래로 물고기들이 아른거리는 모습이나 산호밭을 감상하는 즐거움 이 더 크다.
고급 리조트시설의 수상 방갈로는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돼 있다.바닷가에 다리를 내 연결된 방갈로는 창너머 한없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발코니에 서서 바로 바다로 뛰어들 수 있도 록 돼 있다.바닥 한쪽으로 구멍을 내 저녁이면 불빛을 따라 몰려드는 고기를 구경할 수 있도록 된 방도 있고 가족 풀이 마련된 곳도 있다. 타히티 서쪽 해안에서 빤히 바라다보이는 섬이 모레아다.아침.저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이고 검푸른 산이 위엄있게버티고 있다.
섬을 일주하는 60㎞의 도로가 나있다.시골의 간이역같은 모레아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열대 꽃무리가 늘어선 도로가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잠깐씩 쏟아지는 열대 장마비에 도로 양옆으로 하양.빨강.노란꽃 잎이 흩날리며 은은한 향기를 뿌린다 .
섬 중심지이자 선창이 자리한 파오파오 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9㎞ 올라가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그림같은 전경이 펼쳐지는 벨베데레 전망대에 이른다.섬 내륙 깊숙이 파고든 쿡만과 오푸노후만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정면에는 로투이 산의 웅장한산봉우리가 신비감을 준다.또 뒤쪽으로는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선 토히에아산이 우뚝 솟아 독특한 화산암의 풍모를 엿보게 한다.
휴양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게 타히티 민속 춤인 타무레 공연.멀리서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가락에 맞춰 무희들이 등장하고차츰 빠른 템포로 율동을 이어간다.여성들은 팔을 어깨 높이로 올리고 허리를 정열적으로 흔들어대는데 비해 남성 은 무릎을 재빨리 움직여 리듬을 맞춘다.대개 50분 남짓 벌어지는 이 공연은 중간에 관객을 이끌어 한바탕 축제 분위기를 낸다.무희들과 5분정도만 어울려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타히티=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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