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망국병 돈선거 악순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선거요? 이런 식으로 계속 치르다간 나라 들어먹을 겁니다.
』한 여당후보 비서관의 고백이다.
『공식 선거운동원이건,당원이건 「수혈(현금지급)」이 없으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습니다.개인연설회.정당연설회.합동유세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두당(頭當)3만~5만원짜립니다.』 「돈은 묶고 말(정책)은 푼다」는 통합선거법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
통합선거법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러보자던 15대 총선은 「돈은 풀리고 말은 없는」역설(逆說)과 모순이 판치고 있다.
국회의원 자신들이 만든 선거법을 스스로 어기고 있는 현실.우리의 선거현장을 지켜본 외국기자들까지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데모크라시(Democracy)가 아니라 매먼크라시(Mammoncracy.악덕한 돈의 신)」라며 조롱한다.
또다른 후보 선거참모의 말.
『실탄을 한번 푸는데 중소도시의 경우 2억원정도 듭니다.군단위는 1억원정도지요.선거가 끝날때까지 보통 10회정도 풀지요.
선거 사흘전부터는 막바지 표몰이를 위해 매일 풀겁니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다시 이 참모의 말을 빌려보자. 『돈줄은 기업입니다.일부 대기업.중소기업,심지어 국영기업체까지 특정후보에게 돈을 대주고 있어요.당선후 반대급부를 위해서겠죠.』 막걸리와 고무신은 사라졌지만 대신 현금이 난무하고 있다.물건은 증거가 남지만 현금은 「완전범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금살포도 더욱 지능적이고 은밀하다.
선관위 직원의 말.
『돈을 풀때는 선관위에 등록된 선거운동원은 시키지 않습니다.
일당을 주고 산 운동원을 시키죠.현장에서 덜미를 잡혀도 「우리선거운동원이 아니다.상대방 후보측이 우리를 음해하기 위해 조작한 거다」라며 잡아뗍니다.』 이쯤되면 선관위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선거때마다 깨끗한 선거를 외치면서도 왜 매표(買票)의 악순환은 되풀이 되는 것일까.이유는 단순하다.
아직도 손을 벌리는 유권자가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마련이다.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그 어느때보다 유권자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재헌 기동취재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