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감도 극우파 정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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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讀賣)신문 24일자엔 의미심장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렸다. '총리로 어울리는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대리가 각각 응답자의 31%와 29%의 지지를 얻어 1, 2위로 꼽혔다. 두 사람은 현역 정치인 가운데 가장 우익적인 사람들로 평가받고 있다.

이 결과는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일본 정치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로 이어지는 온건 보수파가 일본 정치를 이끌었다. 경제 발전을 중시하고 군비 증강엔 소극적인 실용주의 노선이었다. 보수 본류는 2000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를 마지막으로 자민당 주류에서 멀어졌다.

대신 강경 우파인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의 파벌이 자민당을 장악했다. 모리파 출신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취임 후엔 당.정 요직이 우파 일색이다.

아베 간사장대리의 외조부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면서도 사형을 모면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전 총리다. 아베는 2002년 "소형 원자폭탄 보유는 문제될 게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일본인 납치문제를 빌미로 한 '북한 때리기'에도 선봉에 서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총무상은 1996년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했던 것""강제연행은 없었다"는 망언을 했다. 그의 가문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끌려가 착취당했던 아소 탄광을 4대째 경영하고 있다.

시마무라 요시노부(島村宜伸)농수산상은 95년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고 발언한 경력이 있다. 한국 등에서 '역사 왜곡 교과서의 대변인'이란 비판을 받는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외상은 도쿄대 재학 시절 우파 학생운동의 리더였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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