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문화지도] ‘중국적 패션’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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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과 상하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세계 패션의 흐름을 따라잡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중국 패션은 이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만한 특징은 없다. 상하이국제패션연합회 왕신위안 부회장은 “아직까지 중국 특색을 살린, 중국적인 디자인을 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만리장성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왕 부회장은 “90%는 서양 복식이고 한류 영향으로 한국풍도 눈에 띄긴 하지만 중국 전통에 대해선 너무 모른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상하이 미술관에서 열린 ‘치파오(旗袍)’ 전시회에는 패션 관련 학과 학생들로 붐볐지만 정작 치파오를 입은 사람을 번화가에서 쉽게 발견하긴 어려웠다. 물론 치파오 하나만으로 일반인들의 중국 패션에 대한 관심을 단정하긴 어렵다. 중국의 유명 여배우 장쯔이(章子怡)는 올 3월 그리스 올림피아드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 채화식에 샴페인색 치파오를 입고 나와 찬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중국 전통 패션의 의미는 뭘까. 『쎄씨 차이나』 왕슈메이 편집장은 “치파오는 중국 전통 옷이라 입는 것이 아니다. 그냥 지금 입어도 어색하지 않아서, 예뻐서 입는 것뿐”이라고 해석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이 전 세계 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중국 패션에서도 드러나긴 한다. 하지만 중국에는 이미 중국의 전통을 앞세워 전세계에 ‘명품’ 대접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상하이 탕(Shanghai Tang)’과 ‘비비엔 탐(Vivienne Tam)’ 이다. 상하이 탕은 홍콩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데이비드 탕이 1994년 설립해 지금은 세계적인 명품그룹인 스위스의 리슈몽 그룹 일원이 됐다. 이 브랜드는 붉은 색, 황금색 등 화려한 색상의 실크에 고운 자수, 청(淸)나라 시대의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레스가 특징이다.

‘비비엔 탐’의 경우 서양 언론으로부터 ‘동양과 서양이 만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뉴욕을 기반으로 전 세계로 확장 중이다. 비비엔 탐의 설립자인 패션 디자이너 탄옌위(譚燕玉)는 중국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랐고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용무늬’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비비엔 탐’은 뉴욕 컬렉션에서 주목받으며 미국 전역의 백화점과 영국·이탈리아·독일 등 유럽과 아시아 지역 곳곳에 진출해 있다. 아직까지 세계 패션 시장에서 명품으로 통하거나 전 세계에 매장을 내고 활동하는 이렇다 할 한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가 없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일부 패션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상하이=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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