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부품 근로자23명 솔벤트중독 무정자症등 합병증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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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몸 아픈 것도 서러운데 주위의 눈총마저 따가워 견딜 수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솔벤트 중독증이라는 직업병 인정을 받은양산 LG전자부품㈜ 근로자 23명은 생리중단과 무정자증 등 생식기능 장애라는 치유하기 힘든 병에 시달리면서 앞날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朴모(26.여)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입사 2년7개월만인 94년10월께.
쉬 피로를 느끼고 부딪치지 않았는데 다리에 멍이 들거나 얼굴에 열이 난뒤 가라앉기도 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생리마저 끊긴 朴씨는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한약을 지어먹는 등 온갖 치료법을 다 동원했지만 효험을 보지 못했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鄭모(35)씨는 입사 2년만인 지난해 5월부터 빈혈이 심해 땅밑을 바라보기조차 힘들었고 생리가 끊긴뒤허리와 다리가 아파 거동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는 여성 17명과 무정자증의 남성 6명,아직 직업병 판정을 받지못한 퇴사자 3명 등을 포함해모두 35명.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은 최근 「피해자가족 협의회」(회장 朴彩亨.29)를 구성,1주일에 한번 회사측에 피해자 건강 원상회복과 보상.생계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심의결과 이들 근로자의 증세는 ▶난소기능 저하▶정자감소 등이며 대부분 2~3종의 증세가 겹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기능 장애를 가져온 여성근로자 17명은 전원이 2~14개월까지(평균 6.5개월)무월경을,남자중 2명은 아예 무정자증을보였다. 전문의사들은 난소기능 장애가 올 경우 불임가능성이 높아지고 여성호르몬이 생산되지 않아 여성의 신체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오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울산=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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