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여파 토지브로커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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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파트 용지를 중개하겠다고 전화를 걸거나 찾아오는 토지 브로커들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 파동이후 아파트 용지로 적합한 대규모 땅의 주인들이 얼굴을 내밀지 않고 은밀한 계약을 원하는 분위기에 편승,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주고 커미션을 챙기는 토지 브로커들이 제철을 만났다.
토지주들은 괜히 이 시기에 공개적으로 땅을 내놓았다 「盧씨 비자금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의심이나 시기심을 살 수있다는 우려 때문에 땅 팔기를 주저하지만 주택업체들로선 사업추진을 위해 토지가 필요한 실정이어서 브로커들은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을 처리하는 「마담뚜」로 통한다.
현재 제철을 만나 왕성한 마담뚜 활동을 벌이는 토지브로커는 서울에만 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로커중에는 해당 토지에 대한 사업성 검토는 물론 가(假)설계안까지 제시하며 제법 전문가 흉내를 내는 사람도 있어 「땅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주택업체 용지담당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땅은 대부분 아파트사업용으로 적합하지 않고 다른 브로커들이 내놓은 땅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거래로 이어지기는 그리 쉽지 않다.그러나 개중에는 쓸만한 땅도 나와 통상 20여건에 1건정도는 건질 수 있다는게 주택업체들 의 얘기다.
이들이 받는 중개수수료는 기여도에 따라 거래액의 0.3~0.
8%선.제시하는 토지가 대규모인데다 가격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선이어서 한건만 성사되면 최소 수천만원을 챙긴다.
실제로 Y사는 지난달 하순 브로커 金모씨가 중개한 의정부의 땅 5,000평을 10억원에 매입한 뒤 거래액의 0.5%인 5,000만원을 지불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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