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美,유대계 의식 "눈도장 찍기" 弔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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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일 예루살렘에서 거행된 고(故)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장례식엔 각국 정상 44명을 포함한 86개국 특사가 참석했다.문자 그대로 「쇄도」였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비롯해 존 메이저 영국총리,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헬무트 콜 독일 총리 등은 물론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자크 상테르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 등 내로라 하는 세계 지도자들은 거의 다 모였 다.
한반도 크기의 10분의1밖에 안되는 소국 이스라엘에 분(分)단위로 일정을 잡는다는 이들이 열일 제치고 온 것이다.
특히 미국은 정계의 전.현직 거물급 인사 3백여명이 출동,국회의사당에 마련된 빈소에서 일렬로 도열해 조문할 정도로 「각별한 성의」를 표했다.클린턴 부부 외에 조지 부시.지미 카터 등전대통령,보브 돌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뉴트 깅 그리치 하원의장,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등의 얼굴도 보였다.
「중동평화의 사도」 라빈의 인격을 흠모한데다 암살당한 비극에대한 순수한 조문의 마음이 이들을 장례식장으로 이끌었다고 보는것이 합리적일 것이다.그러나 기자는 장례식장에서 꼭 그렇게만 볼 것인지에 대해 새삼 회의가 들었다.관계(官 界).재계(財界).언론계 등 미국의 주요 파워집단을 장악한 본국 유대인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유럽 지도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같다.바꿔 말하면 「눈 도장」을 찍기 위해 불원천리(不遠千里)왔을 것이라는유추가 가능한 것이다.지난달 24일 미 의회는 아랍 각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주재 미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옮기기로 결정했다.
동(東)예루살렘을 자국 영토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이스라엘의 방침과 맥을 같이하는 처사였다.
미국내 유대계를 의식한 일방적인 이스라엘 두둔이 아랍인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그리고 이를 통해 진정한 중동평화를 일궈낼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예루살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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