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12월 大亂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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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의 12월 대란설(大亂說)이 점점 실감있게 다가오고 있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이한동(李漢東)국회부의장이 마침내 대권문제에 언급하는 사람은 손해볼 것이라는 대통령의 엄명을 어기고말문을 열었다.
이부의장의 발언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가 당의 총재와 대표가 한 말에 대해 정면으로 치받았다는 점이다.
그는 김윤환(金潤煥)대표위원이 외부영입도 할 수 있다는 말을『패배주의』『당원 모두를 모욕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는 등 심한 표현으로 내몰았다.
그는 대통령의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도 인위적 세대교체는 있을 수 없으며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는 정치발전이나 국가발전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대교체론에 대한 DJ.JP의 반박이론과 똑같다.그가 이같이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삼은 것은 어떻게 보면 민자당내 흐름의 예정되어 있는 당연한 한 과정이다.
대통령이 실수든,고의든 간에 『놀랄 만한 세대교체를 단행한다』고 하기 전부터 이미 민정계 중진들이 칼을 빼들 것이라는 소문은 나돌고 있었다.
현재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람을 고르고 있는 15대 총선 공천준비작업이 한편으로는 DJ.JP를 겨냥한 세대교체작업이면서또 한편으로는 민자당의 색깔을 대통령지지세력 중심으로 꾸미는 일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앞으로 공천이 진행되어가면서 YS구상은 점점 표면화할것이고,그렇게 되면 현재의 공조직과는 전혀 다른 「제2의 비선(비線)조직」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더 분명하게 현실화할 것이다.
YS가 그동안 추진해온 남북문제타개를 기반으로 한 정국돌파구상은 김정일(金正日)의 권력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이뤄질 수 없게 되어버렸다.정부가 북한에 대해 신경질적인 강경발언을 해대는 속사정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간다.
이제 그들이 내세울 카드는 사정과 정치개혁밖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 판국에 민정계의 살길이 어디에 있을 리 없다.대표위원을비롯한 민정계의 고위당직자들이 당내의 공천이나 조직책 선정에 전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신세인데다,그렇다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민적 지지기반도 거의 없다.
때문에 특별히 지역구 사정이 탄탄하다거나,다른 대안이 없다거나 하는 이유가 없는 한 그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이다.
앉아있자니 고사(枯死)할 판이고,나가자니 세대교체가 발을 묶으니 그들로서도 마지막 승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진퇴유곡에 몰린 셈이다.아마도 이런 상황은 국회가 끝나고 공천의 윤곽이 잡힐 12월에서 내년 1월 사이에 어떤 형식으로든 터져나오게 되어 있었다.그것을 「놀랄 만한 세대교체론」이 앞당겼을 따름이다. 이런 것들로 미뤄볼 때 YS의 전략은 민자당의 완전한 탈바꿈을 통해 개혁과 세대교체의 깃발을 쳐드는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제2의 정계재편으로 총선정국을 먼저 치고들어가는 작전이다.12월 대란은 그 과정의 한 자락일 뿐이다.
총선전 정계재편의 가능성이 있다면 각 당과 정파는 모두 그 회오리 속에서 자기세력을 지키면서 세(勢)를 불리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DJ가 지역등권론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이나,JP가 내각제에보혁(保革)재편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모두 정계재편의 바람을 막거나 부채질하려는 방편들이다.
정개련(政改聯)이 민주당과 벌이고 있는 통합협상도 그 하나의과정이다.그것이 더 큰 재편의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정계가 재편의 태풍권으로 움직여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런 재편이 단순히 말만의 보혁재편이나 보수통합,혹은 진보세력의 연대이거나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부패세력에 대한 개혁세력,무지한 세력에 대한 합이성적(合理性的) 세력의 대체여야 한다.무엇보다 법의 자의적 운영과 권력의독선적 행사에 대한 분권(分權)과 관용의 대체여야 할 것이며,5.18과 대통령비자금을 제대로 처리하고 사회정 의를 구현해야한다는 역사적 시각를 가진 세력에 의한 구세력의 대체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정치의 진정한 세대교체란 헛구호일 뿐이다. (편집국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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