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대법원 사법개혁 감정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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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홍구(李洪九)총리가 6일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전문법률대학원제도가 새로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데 대해 대법원이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사법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대법원의 대립이 힘겨루기 차원을 넘어 감정대립으로 비화하고 있다. 李총리는 파장이 커지자 윤관(尹관)대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유감을 표시했지만 감정의 앙금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법률대학원(로스쿨)은 법학과 출신이 아닌 물리학과.영문과등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을 마친 학생들을 받아들여 법조인으로 양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법제도 개혁 임무를 맡은 세계화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李洪九.金鎭炫)는 지난 4월 변호사 수를 연차적으로 늘린다는 계획만확정했을 뿐 로스쿨 제도 도입 문제는 대법원.법무부등의 강력한반발에 부닥쳐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세추위는 대법원.법무부와 공동으로 법조학제위원회를 구성해 7월말까지 로스쿨 도입문제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법조계의 반발에 부닥쳐 3개월째 답보상태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과 법무부가 대립,새로 설치될 국립법률전문대학원의 운영 주체를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상태가 계속됐다.
현재 사법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법원은 로스쿨 운영을 전적으로 대법원이 맡겠다는 입장인 반면에 법무부는 로스쿨 운영에 일정부분 참여해야겠다는 것이다.일종의 기득권 싸움이다.
로스쿨의 운영 주체를 둘러싼 대법원과 법무부의 대립이 막후 조정에서도 타협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법원등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도입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이에따라 로스쿨 도입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올해 정기국회 처리가 불투명하게 됐다.대법원등 법조계는 사실 이에 앞서 로스쿨 도입 자체를 내심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법조계도 개혁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여론을 의식해 로스쿨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에 마지못해 끌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쪽에서는 로스쿨 운영문제를 둘러싼 대법원과 법무부의 대립에 대해 처음에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관계자들은 그동안『조만간 양측의 문제가 해결되고 로스쿨案의 정기국회 상정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분위기등을 배경으로 법조계에서 로스쿨 도입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자정부측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李총리의 로스쿨 도입 강행 발언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자칫하다가는 로스쿨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법개혁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있는 정부내의 분위기가 李총리 발언의 배경이다.
그러나 총리와 법원행정처장이 이런 사안을 놓고「막말」까지 하는 모습은 자칫 국정의 심각한 무정부상태로 비쳐질까 우려된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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