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스파이 공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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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의 임무는「첩보」와「정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첩보」는 분석.평가되지 않은「1차 정보」를 뜻하고,「정보」는 수집된 첩보를 평가.해석.종합한 결과물을 뜻한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파이가 바로 첩보임무를 담 당하는 정보기관 요원이다.
정보기관 요원은 그 임무의 특수성 탓에 공개 채용하지 않는게보통인데 그래도 정보담당 요원은 간혹 공채하는 경우가 있지만 첩보담당 요원은 비공채가 불문율(不文律)처럼 되어있다.
정보기관마다 첩보요원을 선발하는 방식은 비슷하다.정보요원 중에서 발탁해 일정기간의 훈련과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하는 방법이 그 하나고,필요에 따라 외교관.종교인.학자.체육인등 전문가 집단에서 차출해 스파이로 활용하는 방법이 다른 하나다.두가지 방법이 골고루 쓰이지만 소련(蘇聯)국가보안위원회(KGB)등옛 동구권(東歐圈)국가의 정보기관들이 앞의 방식을 선호했다면 미국(美國)중앙정보국(CIA)등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뒤의 방식을 선호해온 편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간에 스파이로 활용할 대상자에 대한 사전의치밀한 조사는 필수적이다.KGB는 공개채용한 정보요원 가운데 특정한 몇사람을 스파이 후보로 점찍어놓고 출생 이후의 모든 자료를 수집해 활용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 점에서는 CIA등 서방의 정보기관들도 다를바 없다.그러나지난해초 미국의 에임즈사건등 나라를 배신하고 소속된 정보기관을팔아먹는 이중간첩사건이 빈발하면서 각국 정보기관들은 「훌륭한 스파이」의 새로운 개념정립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그와 함께 동서간 냉전시대가 종막을 고하면서 정치나 군사관련 첩보기능보다 마약.폭력.환경.민족분쟁등의 정보기능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 것도 정보기관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작용하는 듯싶다.
프랑스.미국등의 정보기관들이 광고를 통해 스파이를 공채(公採)하고 있다는 보도가 21세기 스파이의 새로운 위상(位相)을 대변한다.우리 안기부(安企部)도 얼마전 경제분석 전문요원 다수를 공채한 일이 있지만 이제 정보기관 요원들도 첩 보든 정보든신출귀몰.종횡무진의 활약을 보이는 구시대 스파이 이미지에서 벗어나 쌓아온 지식을 마음껏 활용하는 특정분야의 전문가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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