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섀도 캐비닛 지도위원制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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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집권 연습에 들어갔다.국민회의는 11일 17명의 지도위원들에게 각각 해당 상임위를 맡겨 「국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당헌 골격을 만든 박상천(朴相千.고흥)의원은 지도위원들의 상임위 담당제를 야당의 섀도캐비닛(예비내각)에 비유했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미리부터 각종 정책을 점검.준비하는게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총재단을 제외한 17인의 지도위원 인선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이루어졌다는게 국민회의측의 설명이다.
즉 지도위원들이 소관분야의 장관역할을 하라는 취지다.
이를테면 예비역육군중장 출신인 천용택(千容宅)위원은 국방위를맡고,현대고 교장출신인 정희경(鄭喜卿)위원은 교육위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과거 경력에 맞춰 상임위를 하나씩 맡을 경우 각각의 분야는 ▲권노갑(權魯甲)=정보위(국회 정보위원 및 동교동 정보관리)▲김봉호(金琫鎬)=농림수산위(농수산위원 역임및 해남 지역구)▲김태식(金台植)=재무위(국회 재무위원 2회 역임)▲ 김희선(金希宣)=노동위(재야노동활동)▲유준상(柳晙相)=경과위(국회 경과위원장 역임및 경제연구단체 운영)▲안동선(安東善)=상공자원위(국회상공위원장 역임 및 부천 지역구)▲허재영(許在榮)=건설교통위(건설부장관 역임)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일단 소관 상임위 활동에 대한 방향제시를 맡는 한편 관련 정책의 장기적 연구,유관 인사의 추가 영입업무등도 맡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야당사상 최초인 이 시도가 金총재 생각대로 잘 굴러갈지는 다소 의문이다.이들이 소속의원들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해당 업무에 대해 책임만 있을 뿐 권한이 없다.
정책연구를 위한 당비 지원도 없고 참모진 배치도 없다.따라서일부 위원들은 『이왕 일을 맡기려면 최소한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金총재의 한 측근은 『지도부는 자기 역량이 있어야 진짜 지도부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지도부의 뜻을헤아려 「알아서 해보라」는 얘기다.
이런 임무제공에는 다른 뜻도 있다.쉴틈없이 일을 줌으로써 일사불란한 기강(紀綱)을 잡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지도위원들은 의결기구 구성원들이지만 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운영에 대해 고담준론(高談峻論)이나 펴는 모습은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시도에 대한 전도는 불투명한 상태다.당장은 빛을 못봐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담당 지도위원들의 업무가 빛을 발하리라는 기대도 있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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