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협성여자기술원.현성양로원 結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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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할머니,기술원에서 배운 기술로 만든 베개를 받으세요.베갯잇에 꽃자수도 놓았어요.우리 할머니 건강하세요.』 가출녀등의 장기 집단 직업훈련시설인 인천 협성여자기술원에 사는 金모(17)양은 같은 건물 협성양로원의 「짝꿍」할머니께 추석선물을 드리고마냥 가슴이 뿌듯하다.
다섯차례의 가출 끝에 지난해 8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이 기술원에 들어온 金양은 양로원의 할머니 朴모(76)씨와 「결연」하고 밝은 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담배도 피우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부모님속만 썩였어요.그렇지만 이제는 짝꿍 할머니와의 情도 알았고,곧미용사 자격증도 딸 수 있습니다.우리는 이제 더이상 가출소녀가아니예요.』 원생들은 추석을 앞두고 미용반은 할머니들의 커트를,봉제반은 베개.쿠션.치마등을,자수반은 자수 손수건등을,전산반은 지점토.한지공예작품 선물을 만들어 할머니들께 드렸다.
이 기술원은 지난 8월 일부 원생들의 방화로 불에 탄 용인의경기여자기술학원과 함께 국내 두곳 뿐인 가출녀 직업훈련시설.수용원생은 현재 45명인데 14~16세가 30명으로 가장 많고 대부분 부모의 이혼.별거등 결손가정 자녀들이다.
이들은 기술원과 한울타리 안에 마당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같은재단 양로원의 48명 할머니들과 결연해 모두 「내 할머니」「내손자」를 갖고 있다.
졸업때까지 1년동안 외출을 못하는 金양은 매일 학과가 끝나는오후5시가 되면 「짝꿍」할머니께 뛰어가 볼에 입을 맞추고 말벗도 돼주며 수건.양말등 간단한 빨래도 해드린다.
모든 원생들은 일요일 아침이면 양로원 건물 3층에 있는 예배당으로 할머니를 부축하거나 업고 올라가 성경과 찬송가도 일일이찾아드리고 오후에는 할머니들과 오락시간도 갖는다.
경기여자기술학원의 방화를 상상하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늘이 없고 쾌활한 모습이었다.
이 기술원의 김옥환(金玉煥)원장은 『할머니들과 학생들이 서로외로움을 나누고,학생들은 할머니들과의 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삶에 대해 각오를 새롭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소한지 10개월 됐다는 李모(18)양은 『면회온 언니로부터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에 대해 들었지만 이곳은 전혀 다르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새로 태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술원에는 미용.미싱봉제.전산.기계자수.편물등 5개직업보도과목이 있고 중학교 검정고시반도 있다.
金원장은 『학생들이 들어와 2개월 정도까지는 도망갈 궁리를 하다가 친구와 할머니를 사귀고 생활도 익숙해지면 쾌활해지고 사람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李榮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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