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한 대출’ 잇단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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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출 금리의 상승은 제한하되 시중 금리가 하락할 때는 대출 금리도 따라 내려가는 상품이 은행권에서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기존의 고정금리형과 변동금리형을 혼합한 틈새상품이다.

우리은행은 기존의 변동금리형 상품처럼 대출 금리를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시키되 금리가 오를 여지를 차단할 수 있는 ‘금리 안심 파워론’을 28일부터 내놓는다고 22일 밝혔다.

이 상품은 금리의 최대 인상폭을 연 0%, 0.5%, 1.0%, 1.5% 등으로 선택해 묶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대신 0.2%포인트대(현재 옵션가격 기준)의 금리를 수수료 조로 더 물어야 한다. 예컨대 금리 상한을 0%로 설정하고 연 6.5%에 대출받을 경우 CD금리가 0.5%포인트 오르더라도 대출 금리는 6.5%로 변함이 없다. 반면 CD 금리가 0.5%포인트 떨어지면 대출 금리는 6.0%로 떨어진다.

이런 조건으로 1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금리 상한을 적용한 대가로 내는 수수료는 연간 20여만원가량이다. 이 경우 대출자가 부담하는 총비용은 이자와 수수료를 포함해 연 6.7%대가 된다. 0.2%포인트대의 수수료를 더 물고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에 나온 혼합형 상품의 판매도 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5월 판매를 시작한 금리상한제 적용 상품 ‘이자안전지대론’ 은 이달 21일까지 1조4022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틈새상품임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라며 “외부 충격에 따른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을 염려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염두에 둔 고객들이 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2월 중순부터 혼합형 상품인 ‘예스이자안심 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있고, 기업은행은 올 들어 모든 대출에 금리상한제 옵션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 조순제 부부장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3년 이상 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최근 금융권에서도 이를 대비한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금리형 상품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물 CD금리는 1월 중순 5.8%대로 치솟다 2월 5.2%까지 하락한 뒤 3월 이후 다시 상승, 최근 5.3~5.4%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1일에는 5.38%로 마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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