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미래에 대한 반란" 커크패트릭 세일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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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의 도입으로 실직을 우려해 기계파괴운동을 벌였던 직공들을 일컫는 러다이트(Luddite)라는 단어에 「기계화.자동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란 의미가 덧붙여지기 시작한 것은 1988년께였다.컴퓨터가 주도하는 정보혁명이 사회.산업.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지면서 180여년 전의 사건이 조명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산업.발전.기술이라면 거의 무제한적으로 수용되던 80년대말부터 기술지상주의를 재고해야 한다는 아우성이각국에서 터져나왔다.
고용축소.인간의 연대의식 약화.인간존엄성 추락.빈부격차 심화.생태계파괴에 대한 고발등 비판의 폭도 아주 넓었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을 일반적으로 「네오 러다이트」(Neo Luddite)라 부른다.
미국의 좌파 문명비평가 커크패트릭 세일이 최근 발표한 『미래에 대한 반란』(Rebels Against the Future.Addison-Wesley刊)은 영국의 러다이트운동을 재해석하고 네오 러다이트 운동의 흐름을 조망한 책이다.
러다이트운동의 역사적 분석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술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로 읽어볼만하다는 평을 얻고있다.
러다이트운동이 정보혁명의 와중에 놓인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러다이트 하면 지금도 폭도적 성격이 강한 무리로 통하지만 저자는 당시 이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이었던가를 분석해 현재의 네오러다이트와 연계함으로써 이들을 복권시키고 있다.
『러다이트들의 혁명은 윤리적인 것이었다.정의와 공정성을 내세워 무제한적인 이윤추구와 경쟁,혁신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한 사건이었다.네오 러다이트들도 기술에 의해 지배되는 산업사회가 인간의 행복과 생존에 이롭다기보다는 해가 된다고 판단한다.』 저자는 먼저 기술발전의 대가로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이 뭐냐고 반문한다.휴대용컴퓨터.자동예금인출기.온라인 포르노그라피.24시간 방송 텔레비전.팩시밀리.크레디트 카드.CD.터치톤 항공예약시스템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의 질이 개 선되었는가.
또 우리는 진정으로 그런 삶을 즐기는 것인까.
이 질문에 딱 부러지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힘들다.
저자는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들이 폭도로 불렸지만 그들이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정확히 꿰뚫었던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우려했던 것들이 정보혁명을 맞은 오늘날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1810년께 영국 근로자들의 경우 대부분 귀리와 감자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폭력행사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공정한 임금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근로자들은 기계파괴에 들어갔던 것이다.
영국정부측은 굶주린 자국 근로자들을 진압하는데 한때는 나폴레옹과의 전투 규모보다 더 큰 병력을 투입했다.윌리엄 워즈워스.
바이런 경.샬럿 브론티같은 대가들이 근로자들을 옹호해 펜을 들었지만 정부의 결의를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계파괴를 극형으로 다스리도록 했고 실제로 1813년 한햇동안 근로자 24명이 처형됐다.결국 러다이트운동은 실패로 끝나고그때부터 산업주의가 정부의 비호아래 번창해갔다.증기기관의 노동력대체와 임금하락이 착착 진행되었고 지방문화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갔다.
1840년의 통계를 보면 근로자들의 평균수명이 18세에 지나지 않았고 근로자들의 자녀 반 이상이 채 5세도 넘기지 못하고죽어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저자는 컴퓨터가 선도하는 정보혁명에서도 기술은 「낙후된」목적에 동원된 첨단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실제로 기술발전이 폭력.오염.도시비대화.농지 황폐화.빈부격차 확대.무력감 팽배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다.어떻게보면 정보혁명이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1차 산업혁명때보다 더 근본적일 수도 있다.
정보혁명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기계화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사회적.환경적.문화적 파급효과가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은채 정보혁명이 진행되고 있고 그 과실이 일부 극소수에게 편중된다는 점이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대로 나가다보면 과학기술 확대가 인간생존의 바탕인 생물권을 좀먹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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