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기부금 미납 잇단 訟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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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리처드 바클레이는 캘리포니아대학의 각별한 후원자였다.부동산개발업자인 그는 지난 90년 캠퍼스 안에 예술공연장을 건립하는데1백만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공연장은 그의 이름을 따 지어졌으며 성대한 개관식에 그와 그의 부인은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됐다.
그러나 2년 뒤 바클레이는 약속했던 돈중 60만달러를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72세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타계했다.그후 상황은 갑자기 나빠졌다.작년 가을 기부금 수혜자들은 기부금중 아직 전달되지 않은 돈을 받기 위해 바클레이 부동산 회사를 오렌지 카운티 법정에 제소한 것이다.
소송에서 공동피고인으로 돼 있는 그의 미망인 마조리 바클레이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으며,이에 따라 오는 10월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 경우처럼 상당수의 구호단체들은 기부자들로부터 완불되지 않은 돈을 받아 내기 위해 자비로움과는 거리가 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근엔 대학이나 병원,그밖의 구호시설들이 기부금 지급계약을 어긴 당사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노스웨스턴대학의 마이클 웨스턴 부총장은 『구호단체들이 그렇게 상업적으로 처신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소송은 그들에게 기부 된 재산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기부자에게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법원에서는 기부금을 도덕적 의무감 이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다수 의견이 되고 있다.구호단체나 비영리기관들은 기부금에의존해 자금조달계획이나 건물인수계획을 세우는데 이후 기부금이 약속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구호단체들은 단지 자선사업가들의 뜻에 충실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한다.그들은 기부자들의 상속자들이 당초 기부하기로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비난한다.이런 일은 기부자가 유언장에서 기부사실을 빠뜨린 부동산을 처분하 는 과정에서 주로 생긴다.
법원들은 이같은 소송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입장이다.93년 쿡 카운티 순회법원은 시카고의 「유대인 통합펀드」에 대해 대학살에서 생존한 어떤 사람이 운영하는 부동산회사로부터 과거에 약속받은 60만달러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초 생존자 가족들은 기부약속이 문서화된 것이 전혀 없고 이미 과거에 1백60만달러나 지급됐다며 더 이상의 기부를 거부했었다. 기부금을 둘러싸고 잇따르는 작금의 소송사태는 박애나 자선사업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한다.
전통적으로 자선단체들은 소송은 별로 좋은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프린스턴대학의 변호사도 『기부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은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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