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경제통합갈등과과제>1.서독 부동산 반환訴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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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일로 동.서독 경제.화폐통합 5주년을 맞았다.실제적인 통독을 의미하는 이날 이후로 동.서독주민은 한 자리에 모여 살게 되었다.그러나 서로가 상대방을 향해「오시(Ossi.동독놈)」와「베시(Wessi.서독놈)」라 비아냥거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45년간의 분단으로 생겨난 갈등과 혼란은 쉽게 수습되지 않고 있다.이들의 갈등과 통합과정을 4회 시리즈로 담아본다.
[편집자註] 독일의 新연방州인 브란덴부르크.그 주도(州都)인포츠담市는 수도 베를린과 전차로 불과 여섯 정거장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우리에겐 한반도의 운명을 갈라놓은 열강의 회담장으로 잘 알려진 도시 포츠담.통독 5년을 맞은 이 도시는 동서독의 경제가 통합된지 5년이 지나도록 재건의 크레인 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말끔히 단장된 대로변과 달리 후미진 뒷거리에만 들어가면 곧 허물어질 것같은 볼썽사나운 건물들이 곳곳에 웅크리고 서있다.이 가운데 린덴 슈트라세 역시 속 내장을 파헤치듯 도로까지 파 뒤집어 놓은 을씨년스런 거리다.
미장공 한스 슈미트(38)는 그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서 있는 빛바랜 2층건물에 살고 있다.옛 동독시절 동베를린에 거주했던 슈미트는 통일 직전인 지난 90년 5월 아내와 더불어 두살된 딸을 데리고 이곳으로 이주했다.
당시 슈미트는 서독에서 자수성가한 삼촌의 도움으로 마을 금고에서 4만3천마르크(2천4백만원)를 빌려 허름한 이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미 지은지 1백년이 넘은 古건물이지만 행운을 잡은 셈이었다.물론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 공산정권하였지만 정권말기라 가능했다. 그런 슈미트가족에게 어느날 먹구름이 덮쳐왔다.바로 3년전 갑자기 집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서독에서 나타났다.슈미트는 당당할 수있었다.이미 집을 산 직후 등기를 마쳐 놓았기때문이다.그러나 집주인이라 자처하는 서독인 발터 뮐러( 52)도 만만치않았다.뮐러는 자신이 이전 소유주임을 알려주는 땅문서를 들이밀며 하루바삐 건물을 비워달라고 닦달했다.게다가 그는 슈미트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내부수리로 인한 일부 구조변경에 대해서도 허가없는 무단변경이라며 1만마르 크(5백60만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결국 두 사람은 법에 호소하는 길을 택했다.법원은 1차판결에서 이전 땅주인인 뮐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현행법에는 소유권만 증명되면 분단으로 빼앗긴 이전 재산도 원칙적으로 되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건은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심사중이며 올 가을 최종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미 재판비로만 집값보다 더 많은 10만마르크(5천6백만원)를 쏟아부은 슈미트는『질 경우 파산밖에 남는게 없다』고 침통한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삼촌 덕에 재판비용을 댈 수 있었던 슈미트의 경우는 다행인 편이다.
현재 베를린에서만 매주 3백명에서 5백명의 가난한「오시」들이갑자기 나타난 「베시」들의 재산청구에 놀라 관할 관청에 상담을호소하고 있다.
獨연방「미해결 재산문제 처리청」에 따르면 93년 6월말까지 접수된 옛 서독인의 부동산 반환신청건은 총 2백11만1천3백75건.그러나 이중에서 반환결정을 본 것은 단지 31.2%에 불과하다. 이처럼 반환결정이 생각보다 저조한 까닭은 아직도 소유권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지적하고 있다.
「진정한 땅임자는 누구인가.」 통독 5년이 지나도록 오시땅에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가로막았던 주된 장애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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