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소녀가 날 울리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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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19면

아름다운 소녀 아야. 꿈에도 그리던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해 중학교 시절부터 좋아하던 선배와 교제도 시작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여서일까. 아야는 희귀한 병을 앓게 된다. 온몸의 운동세포가 하나 하나 죽어가는 병이다. 아주 조금씩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

조원희의 일드열전<17> 1리터의 눈물

꿈도 희망도 사라졌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일기를 쓴다. 살아 있기 때문에. 소녀가 죽은 뒤 그 일기는 출판돼 200만 부라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리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 2005년 후지TV에서 방송한 ‘1리터의 눈물’이 바로 그 작품이다.

드라마 ‘1리터의 눈물’이 등장한 이후 초심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일본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제목부터 최루성을 지니고 있는 이 드라마는 기획 자체가 시청자를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여고생이 조금씩 죽어가는 이야기에 눈물 흘리지 않는 시청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였다면 눈물 흘리고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겠지만 실화라는 점은 이 드라마를 보고 흘린 눈물의 가치를 배가한다.

평범한 수영복 모델이었던 사와지리 에리카는 첫 주연작인 이 드라마로 일본 최고의 스타로 성장했다. 어머니가 프랑스인인 에리카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의 무례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미성년 시절 음주했던 사진이 공개돼 ‘1리터의 맥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의 슬픈 연기를 보고 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또한 최근 영화 ‘데스노트’ 시리즈의 L역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쓰야마 겐이치의 앳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중적이고, 또한 많은 이와 공명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 매력적인 드라마다. 실존 인물 기토 아야의 생전 일기를 담은 베스트셀러『1리터의 눈물』은 2006년 국내에도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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