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책로>종묘~창경궁 일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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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선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시작해 조선왕궁인 창경궁을 돌아 다시 종묘로 되돌아 나오는 4.2㎞의 산책로는 서울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삭막한 곳만은 아니라는 희망감을 갖게 한다.
보라색꽃이 만발한 등나무 벤치아래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외로움을 달래는 서울 종로3가 종묘광장을 거쳐 5백50원의 입장료를 내고 종묘로 들어서면 도심 한복판 깊은 숲그늘 아래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종묘산책길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6시부터 일반에 공개되는 5만6천여평의 경내는 역대 49인의왕과 왕비 등의 신주를 모신 정전과 별묘인 영녕전등 몇채의 건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마다 푸르름을 자랑하는 든직한 나무들로가득 차 있다.나이가 지긋한 느티나무.때죽나무 .벚꽃나무들이 가지를 늘어뜨려 살랑거리며 이마에 와닿는 이파리들의 감촉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덕수궁이나 비원과는 달리 호젓한 숲속으로 작은 벤치가 있어 곳곳에서 숲그늘을 즐기는 노인과 젊은 연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길이 끝나는 즈음 창경궁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를 건너 창경궁에 들어선다.
조선 성종때 내전으로 지은 경춘전,영조임금이 인재 양성을 위해 시험과 접견도 하고 주연을 베푼 숭문당,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을 돌아보는 것도 새삼스런 즐거움을 안겨준다.
동물원이나 벚꽃놀이터로 늘 시끄러웠던 창경궁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끔하게 단장돼 조용한 쉼터로 탈바꿈한 창경궁 속에서옛날로 돌아가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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