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시걸 조각전 25일부터 호암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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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미국 중하류층 사람들의 무미건조한 소시민적 일상을 실물크기의 조각을 통해 리얼하게 그려온 조각가 조지 시걸(71)의 작품이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中央日報와 삼성미술문화재단 호암미술관은 리얼리즘 조각의 새 지형을 만들어낸 「조지 시걸전」을 25일부터 6월28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에 선보이게 될 시걸작품은 60년대초 미국화단을 휩쓴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거친 표현을 보여준 초기작에서부터 도시인들의 내면심리를 형상화한 최근작까지 그의 대표작 33점이다. 시걸은 자기 친척이나 친구들을 모델로 세워 실제 인물 그대로 석고를 떠내고 이를 공원벤치나 지하철역.건널목같이 꾸민 입체환경 속에 세워놓음으로써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공간 사이에서빚어지는 심리적 분위기를 리얼하게 표현한데 특징이 있다.
그의 대표작중 하나로 꼽히는 『네개의 벤치에 앉은 세사람』은미국 지방 중소도시의 버스터미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벤치위에 두명의 여인과 남자 한사람이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약간 거리를 두고 앉아 아무 말없이 자기만의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세사람의 석고인물들은 텅빈 공간과 대조를 이루며 소시민들의 처연한 시간보내기와 고독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상징해내고 있다.
이처럼 시걸이 소시민의 일상과 삶의 고독에 매달리면서 이를 형상해온 데는 그 이면에 자신의 성장사나 체험이 깊게 관련돼 있다. 시걸의 부모는 미국에 이민온 유대계 폴란드인으로서 뉴욕의 변두리인 브롱스와 사우스 브룬즈를 전전하면서 정육점.양계장등을 운영했다.
미술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부모를 도와 양계장 일을 했던 시걸은 뉴욕 프랫 디자인 인스티튜트를 마치고 자신이 직접 양계장사업을 벌이기도 했다.거친 육체노동과 맥주 한잔으로 휴식을 달래는 대도시 변두리 소시민들의 삶은 그의 머리속에 깊이 각인됐고이것은 그의 작업의 방향과 내용을 아울러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제2차세계대전후 미술의 중심지를 유럽대륙에서 뉴욕으로 끌어온 미국미술계는 추상표현주의라는 최초의 미국식 미술운동을 세계미술사에 화려하게 올려놓았다.
50년대 미술공부를 한 시걸은 교육받는 동안 추상표현주의의 세례를 넘치도록 받았지만 그것은 그가 살고 또 보아온 현실,즉양계장일이나 소시민들의 소일(消日)과는 거리가 먼 것이란 의문이 들었다.
시걸이 미국의 조각역사.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이유중 가장 큰 대목이 바로 추상미술이 현실생활과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체험한 삶의 내용을 작품속에 실제처럼 그려보인 부분이다.
초기 시걸은 추상표현주의와 자신의 생각을 절충시켜 추상표현주의적인 캔버스화면을 배경으로 실물크기의 석고조각을 세운 조각작업을 선보였다.
***26일 강연회 가져 그후 60년대초 크래스 올덴버그.에드워드 키엔홀츠같이 실제생활을 작품속에 끌어들이는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그는 이들과 함께 미국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61년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석고뜨기방법,즉 외과용 석고붕대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그는 자신의 생각을 완벽하게 기법적으로 재구성해 낼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선보일 『춤』은 마티스가 그린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석고로 떠낸 것으로 이런 계열의 작품중 대표적인 것이다.
이러한 시걸의 경력과 작품내용은 그에게 「미국 추상표현주의가소비사회의 이미지를 작품화한 팝아트로 넘어가는 가교역할을 했다」는 평을 듣게 했다.
한국전을 위해 18일 방한한 시걸은 26일 오후2시 삼성본관국제회의실에서 자신의 작업세계를 소개하는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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