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北 합작사업 승인 의미-남북經協 적극화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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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이번에 대우와 고합물산에 각각 대북협력사업과 협력사업자 승인을 내준 것은 남북경협사상 처음 우리 기업들의 대북 직접투자를 가능케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핵문제로 남북한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북 직접투자를 허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건이 갖춰지는데 따라서 남북경협을 적극화하겠다고 해온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승인된 사업이 최대 5백만달러 내외의 소규모투자이며 사업내용도 임가공무역의 연장선상에 있거나 생필품의 생산과 관련된시범적인 것들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한계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핵문제로 인해 남북한관계가 조만간 호전될 전망이 서지 않는 현상황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정부측 설명이다.
올들어 고합물산과 같은 시기에 사업승인을 신청했으나 승인이 나지 않은 삼성.쌍용.LG등은 통신설비 또는 나진.선봉지역의 컨벤션센터 건설등 본격적인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는 게 승인이 나지 않은 이유다.사업자승인을 받은 고합물산의 경 우도 사업자승인을 신청한 6개 사업분야중 투자규모가 1천만달러를 넘는 2개사업은 승인이 유보됐다.
남북한간 경협은 90년대초 남북 고위급회담의 진행과 함께 국내 재벌 총수들이 대거 북한을 방문하면서 크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은 바 있다.
이같은 기대는 지난 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하고 남북한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일시에 무너졌다. 그뒤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미간 제네바핵합의가 성사되자11월 8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직접 핵과 경협을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다시 한번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 수용을 거부하는등북미핵합의 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이와관련,나웅배(羅雄培)통일부총리는 『정부는 對북한 협력사업승인의 시기를 검토해오다가 이번에 결단을 내렸다』면서 『이번 결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한간 경제교류를 꾸준히 진행시키고확대하는 것이 남북한관계 개선에 도움이될 것이 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경협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남북한관계가 개선돼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의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당국자간 회담을 통해 투자보장협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라는설명이다.
이와함께 羅부총리는 『협력사업이 개시됨으로써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받아 들이고 당국자간 대화에 나섬으로써 민족경제공동체건설을 위한 우리 정부의 기대에 호응해올 것을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조치가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회담의 진전에 기여할것을 기대하는 한편 나아가 남북한 화해와 협력.교류를 통한 민족공동체 건설을 통해 평화공존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우리 정부의선의(善意)를 북한이 이해해줄 것을 바라는 발언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경제분야뿐 아니라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의 북한방문 등 종교계.체육계.문화계.사회단체들의 방북과 협력사업추진을 자극하게 될 전망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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