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불꽃 튀는 '일자리'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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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야(It's the job, Stupid)."

일자리 문제가 오는 11월 2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도 유세의 초점을 실업 문제에 맞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2월 고용지표에서 정부 및 공공부문 서비스직에서 2만1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늘었지만 제조업 등 전체 취업자 수가 26만여명 주는 등 미국의 실업문제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달까지 미국에서는 23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케리 의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보스턴에서 "현재 고용지표만 보면 부시 행정부는 10년이 더 지나도 일자리 하나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늘어나는 실업으로 미국 경제의 심장부가 찢어지고 있다"며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더 많은 실업자를 감수하느냐, 부시 대통령에게 새 일자리를 찾게 하느냐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경제가 나날이 나아지고 있다"며 "이미 우리는 많은 것을 극복해 냈다"고 반박했다. 세금 감면과 의료보장비용 축소 등으로 조금씩이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자리 논쟁은 단순히 고용지표상 수치에만 그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이 콜센터 등 서비스직을 인도.중국 등 임금이 싼 해외로 이전하는 이른바 '아웃소싱'문제로 번졌다.

지난달 부시 행정부의 경제고문인 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아웃소싱은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자 케리 등 민주당 후보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내년까지 미국 서비스 부문 등 60만개, 2015년까지 모두 330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케리는 일자리를 해외에 이전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에 2년 동안 법인세 공제 혜택을 박탈하는 등 자신을 미국 일자리의 수호자로 부각하고 나섰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측 반박도 만만치 않다. 케리 후보가 자신의 감세안을 비난하고 나서자 "결국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이냐"며 "세금이 늘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기 더 어려워진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케리는 민주당이 모두 찬성했던 감세안과 이라크전.자유무역협정(FTA)을 이제 와서 나 홀로 반대라고 외친다"며 말 바꾸기를 꼬집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6일자)에서 "칠레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에도 찬성표를 던지는 등 원래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중도 성향의 케리가 경선을 거치면서 좌파적 성향만 부각됐다"며 "그는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스트나 보호무역주의자는 아니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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