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밸런타인데이 해외 풍경…몇몇 국가는 금지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도 어김없이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날, 밸런타인데이가 찾아왔다. 국내에선 예년보다 차분한 밸런타인데이를 보내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2월 14일을 맞이하고 있을까.

# 중국, 밸런타인데이 맞아 쥐 선물 인기

중국에선 쥐띠 해를 맞아 쥐를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다. 특히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연인에게 애완 쥐를 선물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평소 젊은 여성들이 애완 쥐를 많이 사가는 편이고, 커플들이 암수 한 마리씩 사서 나누는 경우도 많다. 중국에서 일반 흰쥐 한 마리 가격은 한화로 260∼910원이다. 작은 쥐일수록 더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고 한다.

# 필리핀, 밸런타인데이 동시 키스

지난 12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 타기그 시티에서는 프리-밸런타인데이 행사가 있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수 천 쌍의 커플이 동시에 키스를 나누는 행사다. ‘로바팔루자’로 명명된 이 행사는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커플들은 12일 저녁 마닐라의 해변에 모여 있다가 13일 자정에 동시에 키스를 했다. 동시 키스 행사는 마닐라뿐 아니라 필리핀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 사우디, 인도, 인도네시아 등 밸런타인데이 금지령

한편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연상시키는 붉은 장미와 선물을 금지했다. 그 이유는 이 같은 문화가 남녀 간 외도와 불륜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암시장에서는 붉은 장미 값이 평소의 몇 십 배로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의 밸런타인데이 금지령 단속에 앞서 미리 꽃과 선물 등을 주문해 둔 젊은이들도 많았다. 일부 젊은이들은 밸런타인데이를 즐기기 위해 이슬람 율법이 비교적 덜 엄한 인근의 바레인이나 아랍에미레이트 연합(UAE) 등으로 원정을 가기도 한다고 현지 언론 가제트지는 설명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도의 힌두교 강경파들은 13일 밸런타인데이 저항행사를 했다. 뉴델리의 도로를 막고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불태우고 저항하는 노래를 불렀다. 이 행사는 서구의 무분별한 문화개방으로부터 인도 문화를 지키기 위해 해마다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밸런타인데이의 축하행사를 금지한다. 지역문화와 이슬람 전통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이 날을 기념하여 젊은이들이 포옹이나 키스를 하는 것이 미풍양속을 해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근절하려 하고 있다.

한편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밸런타인데이 마케팅이 일었다. 14일을 며칠 앞두고 쇼핑몰들은 상품홍보와 이벤트로 젊은 층을 공략했다.

이선민 대학생 인턴 기자(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4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