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제2멕시코사태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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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멕시코 다음 타자는 아르헨티나인가.멕시코 페소貨위기의 파장이라틴 아메리카 경제 전체로 파급될 조짐을 보이자,뉴욕 금융가의최근 관심은 아르헨티나에 쏠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들어갔던 외국투자자들이 멕시코 사태에 겁을 먹은나머지 앞을 다투어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1년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남미지역의 모범생이었다.2000%에 달했던 인플레가 5%로 안정됐고,성장률도 7%선을 유지하는등 몰라볼 정도로 면모를 일신해 왔었다.그런데 지난해 12월 이후 멕시코가 페소화 위기에 빠져들자 졸지에 덩달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그동안 주가가 38%나 떨어졌고,줄잡아 30억달러 이상의 달러예금이 아르헨티나 은행을 빠져 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이처럼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지면서 벌써 4개은행이자금부족으로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으 며,급기야는 정부가 나서서국제통화기금(IMF)에 27억달러의 긴급수혈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외국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아르헨티나 역시 언제또 「멕시코판 평가절하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아르헨티나는 지난 91년부터 환율제도를 대폭 고쳐 달러가치에 고정시키면서 1대1의 환율을 유지해 왔었다.따라서 아르헨티 나 경제또한 여차하면 현행 환율제도가 붕괴되고,걷잡을 수없는 혼란에 휩싸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르헨티나 정부는 멕시코에 비해 훨씬 세련되게 환율제도를 운영해 왔다는 평가를 국제적으로 받아 왔다.도밍고 카바요재무장관이 앞장서서 자국통화가치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긴축정책을 펴왔고,페소화의 달러교환을 철저하게 보장해줌으로써 외국투자자들을 안심시켜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사태가 폭풍을 몰고 오자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로서는 멕시코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현재까지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 하는 셈이다.2주일전에 10억달러 규모의 세출삭감과 25억달러의 조세감면폐지 조치등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긴축정책을 발표했었으나 외국인투 자자들을 안심시키는데는 미흡했다.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 역시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설령 문제가 심각해진다해도 5월 이전에 평가절하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문제는 그 선거 다음이다.
멕시코처럼 국내인들의 외화도피 현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국내은행들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달러예금을인출해갈 경우 비밀금고 또는 자기집 장롱이나 침대밑에 감추는 이른바 자금의 사장(死藏)현상이 부쩍 늘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아무튼 금융시장이 이런식의 악순환에 말려 들 경우 5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아르헨티나도 어떤 시련에 부닥칠지 모를 일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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