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40년 단절" 봉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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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워싱턴주재 베트남 연락사무소가 9일 문을 열었다.
금년 여름 이전으로 예정된 북한 연락사무소 개설의 전례가 될수 있는 공산 베트남의 워싱턴 사무소 개설은 하루 전에 있었던미국의 하노이 주재 연락사무소 개설과 시기를 맞춘 것.
지난 55년 당시 월맹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이래 40년만이며,75년 월남전쟁이 끝난 지 20년만에 미국과 외교의 끈이 다시 이어진 셈이다.
워싱턴市의 외교가인 매사추세츠 애버뉴에서 약간 떨어진 곳의 건물 5층에 자리잡은 이 사무소에는 아직 붉은색 바탕에 방패 문장의 노란 별이 그려진 공산 베트남旗가 걸려있지 않다.
2천2백여명으로 추산되는 월남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 족을 비롯,미국내에 여전히 팽배해있는 反베트남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사무소주변 경계를 맡고 있는 경비자들에 따르면 최근 몇몇 시위자들이 포로 등의 모습이 담긴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했다.사무소 인원은 소장 레 반방을 포함한 남자 9명.
여직원은 없다.
행정 담당의 후 카 누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규모만 작을 뿐 대사관과 똑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소장과의 인터뷰도 『서면으로 요청할 경우 응할 수 있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사무소가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9일이지만 비자 발급이나 통상 등의 업무는 이미 시작한 상태다.
레 반방 소장은 부임전 유엔주재 대사를 역임,통상 대사라고 불리지만 美국무부 관계자는 공식 직함이「베트남 연락사무소 소장(Chief of Vietnam Liaison office)」이라고 표현하고 있고,베트남 사무소측에서는 직급이 「국장급」이라고 밝히고 있다.반방 소장은 駐유엔 대사라는 경력 외에 베트남 외무부에서도 대미(對美)관계를 책임지고 있던 미국통.
美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노이 당국은 75년 월남전 종식 이후 베트남측에 의해 점유돼왔던 美정부 소유 건물들을 앞으로 한두달내에 미국측에 넘겨 줄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美정부도 상응한 조치로 워싱턴 시내에 있는 舊월남대사관의 소유 권을 베트남측에 넘겨줘야한다.
『곧 舊월남대사관의 접수는 가능하지만 내부수리 등을 거쳐 이사하려면 앞으로 6개월쯤 지나야 할 것』이라는 게 누의 설명이다. 통상과 교류 확대등을 주요 현안으로 내세우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않은 공산 베트남 연락사무소가 앞으로 「과거의 적국」내에서 어떻게 활동을 확대해 나갈지 관심거리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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