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解語花-말을 알아듣는 꽃.양귀비 같은 美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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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알아 듣는 꽃」으로 후에는 미인(美人)을 뜻하게 되었다.
때는 따뜻한 초여름의 어느날,당나라 서울 장안(長安) 태액지(太液池)의 연꽃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현종과 양귀비의 행렬은연꽃을 감상하기 위해 태액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종의 눈에는 그 어느 것도 옆에 앉아 있는 양귀비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그래서 주위의 궁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여기 있는 연꽃도 解語花보다는 아름답지 않구나.』 양귀비를 두고 한 말이었다.처음에는 다들 무슨 영문인가 하고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지당한 말씀』이라고아뢰었다.
사실 현종은 할머니 측천무후(則天武后)에 의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당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 개원(開元)의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영명군주였다.
그러나 후에 양귀비를 알고부터 그만 정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그 결과 안녹산(安祿山)의 난을 당하여 양귀비마저목매어 죽이고 만다.그러고도 그녀를 잊지 못해 자나 깨나 그리는 마음은 백낙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에 잘 나타나 있다. 대당제국도 차츰 기울기 시작해 마침내 망하고 만다.그러고보면 해어화는 망국화(亡國花)이기도 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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